[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㊽] ‘구독자 4만명’이 본 귀농과 유튜브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유튜브를 하고 있다. 청양군 인구가 3만 명 정도 인데 우리는 구독자가 4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고 귀농과 관련해 연락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엔 농사보단 유튜브로 돈을 벌고 싶다며 귀농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충남 농업기술센터에서 유튜브 관련 강의를 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귀농해서 유튜브를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꼭 취미로 하라‘는 게 내 신조다.
소위 ‘농튜버’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그때 유튜브를 시작했다. 2019년에 시작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처음에는 우리의 귀농을 영상으로 남기자는 의미에 더 무게를 뒀다. 그렇게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대박이 터졌다. 올리는 족족 만 명씩은 무조건 보고, 70만 조회수가 넘는 영상들도 생겼다.
덕분에 여러 지역에서 의뢰를 받아 강의도 하게 됐고, 많은 업체에서 협찬을 받았으며, 충남도지사님과 영상을 촬영하는 등 공공기관과 같이 협업을 하기도 했다. 광고비와 협찬 물품 등을 받으면서 재밌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런 부수입으로 일 년에 준중형차 하나를 뽑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었을 정도다. 그렇게 나름 유명해지니 청양에서는 최근에도 약국이나 병원 같은 곳에서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는 평균 일주일에 2~3개의 영상을 올렸었는데, 그렇게 3년이 지나고 흐름이 약해져서 지금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영상을 올리며 점점 손을 떼게 됐다. 만약 우리가 농사 말고 유튜브에 더 집중했다면 농사보다 더 성공했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유튜브는 내가 기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주면, 아내가 출연해 대본을 읽고, 다시 내가 촬영과 편집을 맡는 시스템이다. 나는 편집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농한기 겨울에 편집 프로그램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다른 영상을 따라하는 건 추구하지 않아서 농업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보거나 참고하진 않았다. 특히 농업 관련 유튜브는 보는 연령층이 높다보니 젊은 감각보단 정적인 영상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농업 유튜브 대신 사람들이 많이 즐겨보는 유튜브를 참고해 영상을 제작했다. 콘텐츠를 구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귀농과 작물과 관련된 교육들을 많이 받았고, 우리가 실제로 부딪히면서 겪은 일들을 소개해주는 영상들이었기 때문이다.
농업 유튜브가 다룰 수 있는 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작물, 농기계, 귀농이다. 수십 년 농사를 지은 사람들은 그만큼 지식이 많아서 한 가지 작물로 몇 개의 콘텐츠를 만들고, 한 가지 작물로 20~30분을 이야기 할 수 있다. 한 개의 농기계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키우는 작물이 두 가지라서 여러 작물에 대한 노하우는 없고, 소농이라 농기계도 많이 보유 하고 있지 않다. 남들을 따라하거나, 억지로 만들어 영상을 올릴 수는 있겠지만 나는 재미가 꼭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미없는 삶을 따라가기는 싫었다. 그렇다보니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는데 있어 다소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열심히 키운 유튜브가 가끔 아깝기도 한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잘 저었다고 생각하고 미련은 없다. 지금도 유튜브는 취미로 하고 있다.
나는 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튜브는 취미로 도전해 볼만하다고 말한다. 왜냐면 생각도 못한 다양한 일들이 일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영상을 봤던 광고 관계자가 연락을 줬다. 그래서 11월에 충청남도 스마트팜 홍보영상을 찍었다.
또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방송사에서 연락이 온다. 공중파, 케이블 할 거 없이 연락이 와서 방송촬영을 하자고 하는데, 방송촬영은 우리가 거절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를 알리는 영상과 홍보는 필수기 때문에 영상편집을 배우고 유튜브 하는 방법을 배워서 취미로 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청양군에서는 크리에이터 양성교육도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몰라도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간단한 농장소개부터 키우고 있는 작물, 귀농하게 된 배경 등 콘텐츠를 하나하나 늘려나가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로 유튜브를 꾸밀 수 있게 된다, 구독자나 조회수는 신경쓰지 말고 영상일기를 남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지자체에서 크리에이터 양성교육을 하는 건 너무 좋다. 다만, 이후 관리·홍보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내가 약 4년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느낀 건데, 지자체에선 적잖은 홍보비를 쓰고 있고 유명인을 쓰면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을 홍보비로 쓰기도 한다. 유명인을 쓰는 건 그만큼 홍보가 잘 되기 위해선 데, 생각보다 잘되는 걸 본적이 없다.
청양군에서도 몇 년 전에 유명한 먹방 유튜버가 홍보를 했는데 1만 조회수도 얻지 못했다. 지자체 홍보는 유명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충주시 유튜브가 결과로 입증하지 않았나. 따라서 유명인을 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양성한 크리에이터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맡기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지금도 청양군에서는 동네작가라는 사업을 몇 년 동안 하고 있다. 동네를 홍보하는 글을 블로그나 귀농귀촌종합센터, 청양군청에 올리면 한 달에 두 건 기준으로 10만원을 준다. 지자체에서는 사람들이 홍보를 해줘서 좋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청양을 홍보하면서 소소한 용돈벌이를 해서 좋은 서로 윈-윈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식으로 좋은 선례가 있는 홍보방법을 유튜브에도 적용 시키면 어떨까?
유튜브를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처음엔 굉장히 어렵다. 취미로 시작한다고 해도 얼굴을 노출 시켜야하는 부담감이 크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때 지자체에서 소정의 홍보비 지급과 지역 홍보라는 목표로 명분을 준다면, 한결 가볍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 거다.
지자체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배우를 섭외하고 편집을 멋지게 하는 등 공을 들였음에도 조회수는 초라한 경우가 많다. 특히 애초에 목적이 광고나 홍보에 있는 영상들은 대중들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보단 평범한 일반인의 풋풋하고 솔직한 모습, 때로는 엉뚱하고 재밌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유튜브에선 더 잘 통한다. 그런 유튜브 중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미 유명해진 사람을 데려다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유명해 질 수 있도록 명분을 주고 도와주는 시스템이 포화 상태인 유튜브 세계, 그리고 성장이 멈춘 농업 유튜브 세계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