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윤석열, 반격 계기로 활용하나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발생 후 여야는 ‘정쟁보다 수습이 우선’이라며 서로에 대한 공세 발언을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대책 마련보다 참사 원인과 정국 상황 등을 두고 상대 탓을 하는 발언을 보였다. 불필요한 언행으로 국민 애도 기간에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여야, 상임위 순연하며 ‘정쟁 자제’ 강조
30일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이 무안공항 참사로 인해 순연됐다. 사고 수습과 애도 기간을 갖자는 취지다. 당초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가질 계획이었다. 이미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여야가 극심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국회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참사에도 정쟁에 골몰한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는 전날(29일) 오전 참사 발생 직후 각각 긴급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현장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국회에서 회의를 열었고, 야당은 무안에 상황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 대책회의를 마치고 “이러한 국가적 비상사태 속에서 주요 부처 장관의 공백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며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행정안전위원과 국토교통위원, 보건복지위원들로 구성된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수습 TF'를 구성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도 당내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황본부를 전남 무안의 전남도당 사무실에 설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상황본부를 직접 찾아 대응에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정쟁을 멈추자’는 제안에 대해 “정부든 정당이든 사고 수습을 중심에 두고 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쟁하지 말자’는 표현 자체가 정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윤석열, 참사 계기로 대통령실 가동
여야 모두 정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오후 6시경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무안공항에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또 정부의 사고 수습을 독려하며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 직후인 전날 오후 8시경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인해 국정공백이 생겼다며 비판했다. 사실상 대형참사 발생을 계기로 야당에 정치 공세를 펼친 셈이다.
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가 대책본부를 만들어 신속한 사고 수습에 나서게 된다”며 “그런데 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지금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 장관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발 나라 생각 좀 하고 이재명 생각 좀 그만하기를 바란다”며 “제발 이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정쟁을 중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내란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참사를 반격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치공세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대해 “마지막 결론은 정쟁을 멈추자는 것인데 결국 본인이 정쟁을 유발한 것”이라며 “이번 참사조차 반격의 계기로 삼으려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이 그간 조용히 있다가 사고 직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 비서관 회의도 하고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운영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오늘 정 비서실장이 출석 조사하는 날인데 출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또 어제가 윤 대통령 소환조사 통보받은 날”이라고 했다.
이어 “소환 조사에는 응하지 않더니 사고 직후 대통령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어제 저녁에는 윤 대통령이 페이스북 글까지 올렸다”며 “(참사를) 상황을 반전시킬 ‘반격’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