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합동분향소①] 끝없는 조문 행렬과 손편지로 뒤덮인 계단

2025-01-01     정소현 기자

2025년 1월 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
유가족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된 무안국제공항의 분위기는 힘겹고 무거웠다. 슬픔에 지친 유가족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 울고, 위로하다가, 또 주저앉았다.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무안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모습. 이날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 무안=정소현 기자 (이하 시사위크)

오전 8시.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분향소(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가족들도 있었다. “임시 대피소에 어린아이들도 있다는 방송을 보고, 혹시 몰라서 (아이들 주려고) 초코바 등을 챙겨왔다”는 여성은 “집에서 가족들과 편안히 새해를 맞이하는 게 너무 죄스러워 아침 일찍 아들 둘과 함께 분향소에 왔다”고 했다.

한 중년여성은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하나하나 눈에 담은 뒤 “지금쯤 가족들과 여행담을 나누며 웃고 있어야 할 분들 아니냐”며 한참을 흐느꼈다.

공항 바깥에 길게 줄을 선 조문객들의 모습. 오후가 되면서 조문객 대기줄은 수백 미터에 달했다. / 시사위크   

시간이 흐를수록 조문객이 급격하게 늘었다.

오후가 되자 대기줄은 공항 바깥으로까지 이어졌다. 수백 미터에 달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대기선을 표시하고 안내 팻말을 설치하며 조문을 도왔다.

조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공항 내부는 큰 소음이 없었다. 모두가 말을 아꼈다. 침묵으로 애도하거나,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것으로 슬픔을 대신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이 도착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여러 단체들은 유가족을 비롯해 조문객들에게도 커피나 음식 등을 나누며 격려와 응원을 전했다. / 시사위크 

공항 곳곳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지원 물품으로 채워졌다. 물·김밥·라면 같은 기본적인 먹거리부터, 칫솔·수건·양말 등 당장 필요한 생필품까지 끊임없이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종교단체, NGO, 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유족들을 돕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탰다. 한 단체에선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유족들을 위해 전복죽을 마련해 나르기도 했다.

대구 ‘아름다운 동행 봉사단’은 이틀간 1,200인분의 떡국을 준비했다. 봉사단장은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야 이길 힘도 생긴다”며 새벽부터 직접 사골을 고았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봉사단원은 “대구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 유가족분들이 해돋이 본다고 나오셔서 따뜻한 떡국을 드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무안공항에 위치한 카페에선 여러 시민이 선결제한 사실을 알리며 유가족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 시사위크 

직접 분향소를 찾지 못한 일부 시민은 ‘선결제’ 방식으로 조의를 전하기도 했다.

100잔, 70잔, 50잔…. 여러 명의 시민이 선결제를 한 듯했다. 

카페에는 ‘유가족분들께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제공해드립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한 이들은 길어진 대기시간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시민들이 손으로 직접 쓴 애도의 메시지. 공항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빼곡히 채웠다. /  시사위크 

공항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수백 장의 포스트잇으로 뒤덮였다. 손으로 꼭꼭 눌러쓴 손편지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거나, 아프고 슬픈 마음을 전하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가득 담겼다.

일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는 자신이 쓴 메모지가 혹여 떨어질세라 손바닥으로 단단히 누른 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시사위크|무안=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