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㊿] 폭설로 하우스가 무너졌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귀농귀촌을 하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살다보면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도시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일들이다. 특히 자연에 의한 피해가 크다. 2018년 귀농을 시작하고 해가 지날수록 이런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폭설과 폭우, 폭염과 한파 등 예상은 물론 상상을 넘어서는 날씨 변화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1월 말, 우리는 명절을 보내기 위해 미리 가족들을 보러 올라갔다. 그런데 그 사이 청양에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어느덧 7년째 청양에서 지내면서 눈으로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다. CCTV로 살펴보니 하우스가 약간 기운 느낌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큰 일은 아니겠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현장을 본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우스가 무너져있었다. 폭설을 버티지 못한 거다. 예전엔 뉴스에서나 봤던 일이 우리에게도 벌어졌다.
우리는 지난해 하우스를 새로 지으려고 견적서를 받아봤다. 약 1,000만원 정도 비용이 산정됐고, 최대한 간소하게 지어도 800만원은 들었다. 생각보다 예산이 많이 필요해서 일단은 포기하고 올해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기존 하우스가 무너지니 답이 없었다.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을 겪으니 농업을 하는 게 정답이 맞는 걸까하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들었다. 평소 소농을 추구해왔는데, 결국은 억 단위로 투자하는 스마트팜만 살아남는 걸까하는 고민도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전하고자 한다.
우선, 하우스가 무너지면 바로 면사무소로 가서 피해지원 신청을 해야 한다. 큰돈은 아니어도 재난지원금과 작물피해보상 등 국가 차원의 지원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우스 보험을 들어두는 거다. 우리는 지난해 11월 뉴스를 통해 습설로 인한 전국적인 하우스 붕괴 피해 소식을 접했다. 심각성을 느낀 아내는 풍수해보험이란 걸 알게 됐고, 지난해 12월 가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다행인 일이다.
풍수해보험은 국가보조가 상당히 커서 우리 같은 경우 100평 하우스 기준으로 약 7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보장은 800~900만원가량 받을 수 있다. 소파, 반파, 전파 등의 피해 기준이 있고, 그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진다. 다양한 보험 중에서도 풍수해보험이 가장 보장이 좋고 국가보조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나는 괜찮겠지’ 생각하지 말고 꼭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지난해 아내가 풍수해보험 이야기를 했을 때 나는 ‘걱정하지 마라, 절대로 안 무너진다’며 괜한 돈을 쓴다고 했었다. 지금은 입도 뻥긋 못하는 중이다.
피해지원금이나 보험을 통해 비용을 확보하면 복구를 해야 한다. 우리도 다양한 업체들과 접촉했다. 가장 먼저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철거업체를 찾는데, 정말 다양하다. 하우스를 전문적으로 짓는 분들을 통해 알아보니 철거비용은 200평 기준 180만원 정도 됐다. 그런데 고물상에 알아보니 하우스를 철거한 뒤 파이프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무료로 철거를 해준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봐도 요즘은 인건비가 비싸다보니 대부분 파이프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하우스를 철거해주는 방식이 많았다.
그렇게 여러 업체를 접촉하다가 포도농사를 크게 하신다는 분을 만나게 됐다. 외국인 근로자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봄·가을·겨울엔 수입이 없으니 이들과 하우스 짓는 일을 20년 정도 해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사정을 말했더니 하우스를 철거한 뒤 그 자재로 6*6 하우스 창고를 만들어주는 조건으로 협의가 됐다. 이게 얼마나 좋은 거냐면 보통 6*6 하우스 창고 하나 만드는 비용이 150만원 정도 된다. 그런데 하우스 철거와 하우스 창고 짓는 걸 다 해주는 거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게 귀농은 정보싸움이라는 거다. 주변에서 추천받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곳저곳 좀 더 많이 알아보고 견적을 받아본 뒤 가장 좋은 조건을 찾는 걸 추천한다.
하우스를 짓기 위한 견적도 여러 곳에서 받아봤는데 천차만별이다. 100평 기준으로 현재 가장 저렴한 곳이 700만원, 가장 비싼 곳은 1,500만원을 말하는 곳도 있었다. 두 배가 넘게 차이난다. 우리는 철거를 해주기로 한 분이 가격도 가장 좋고 시공방법도 이야기가 잘 돼서 하우스 시공까지 맡길 예정이다.
그밖에도 복구를 하려면 포크레인도 불러야하고, 하우스 안에 있던 작물들도 정리해야 하는 등 일거리가 넘쳐날 거다. 그래도 하나둘씩 복구하면서 이전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업체선정 등을 열심히 알아보고 있고, 시설이 잘 돼있는 다른 농가를 찾아가 공부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아쉬움 점도 많다. 우리는 귀농창업자금 대출을 이용해 농지를 구매하고 농사를 짓고 있다.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의 대출인데, 알아보니 이런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경우 상환시기 연장과 이자감면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피해율이 30~50%일 때는 1년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피해율이 50% 이상일 때는 2년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참 복잡하다. 우선 대출받은 은행에 연락해 문의해보니 면사무소로 연락하라고 했다. 하지만 면사무소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잘 몰랐다. 그래서 은행직원과 면사무소 직원이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더니, 면사무소 직원이 다시 군청 직원과 통화하면서 이미 기간이 끝났다고 전해줬다. 다시 군청에 전화를 해서 문의하니 지금 이 상황이 재난이라는 판단이 내려져야 가능하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허가가 나와야 재해피해사실 확인서 같은 문서를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얼마나 복잡하고 이해도 되지 않는 시스템인가. 자연재해 피해를 입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명시돼있는데, 그 피해를 증명하기 위한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심지어 절차를 거치더라도 결정이 느리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초에 신청한 사람들이 연말에나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담당자가 농가에 방문하면 피해사실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청양군은 이번 겨울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많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높으신 분들이 피해 농가를 찾아 대책을 세우겠다며 보여주기 식 뉴스만 나오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 청양군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만큼, 농업피해를 최우선순위로 삼아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평소 같으면 당장 3월부터 농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답답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면사무소와 군청에 문의를 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기다려 달라’ ‘이야기 하고 있다’ 뿐이다. 국가보조를 받아도 무조건 내 돈이 나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국가보조를 받는다면 희망이 생긴다. 문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거다. 암울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농업 관련 시스템이 복잡하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