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면세주류 개수 제한 폐지… 기재부의 탁상공론

2025-02-27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면세업계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취지라면서 면세주류 용량과 금액 제한은 그대로 묶어두는 건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이냐”, “물가는 오르고 환율도 치솟는데 400달러(약 57만원) 기준은 왜 개선 안 하나” “탁상공론의 전형” 

이는 지난 26일 기획재정부가 해외 여행객이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주류의 병 수 제한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4년 세제 개편 후속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것에 따른 다수의 소비자 반응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 후속 개정안에는 ‘여행자 휴대 면세주류 병수제한(2병) 폐지’ 내용이 포함됐다. 면세주류의 개수제한 폐지는 앞서 2022년 9월 ‘1병·1ℓ 이하’ 기준에서 ‘2병·2리터(ℓ) 이하’로 완화된 후 약 2년 6개월만의 개정이다.

면세주류 개수 제한을 폐지한 표면적인 이유는 국내 면세업계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함이지만, 실상은 여행자들의 민원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점이나 해외에서 미니어처 주류를 구매할 경우 보통 100∼200㎖ 술이 3∼4병 한 묶음(세트)으로 돼 있는데, 이런 제품을 하나만 사도 기존의 면세주류 제한을 넘어서서 관세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해 기존 면세 주류에 대해 기준을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개정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수 제한 외에 다른 규제는 바뀌지 않았다. 면세주류의 합산 최대 용량 및 금액 제한은 여전히 2ℓ, 400달러다.

대부분의 위스키나 와인, 니혼슈(사케) 등의 1병당 용량은 700∼750㎖다. 기재부가 면세주류 개수제한을 무제한으로 풀어주긴 했으나 용량 제한을 2ℓ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3병을 구매할 수는 없다. 면세한도를 최대한 가득 채워서 면세주류를 구매하려면 일반적인 700∼750㎖ 용량의 주류를 2병 구매하고, 나머지는 500㎖ 이하의 주류를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행정이고,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얘기다. 면세주류를 구매하는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면세주류 개수제한 완화가 아닌 400달러 가격 제한과 2ℓ 용량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행 면세주류 상한 금액인 400달러 제한은 2001년부터 시행된 것으로, 2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당시 국민 1인당 총 생산(1인당 GNP) 수준은 약 2,200만원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 기준 1인당 GNP는 약 4,200만원이다. 국민의 1인당 소득 수준이 24년 전에 비해 오른 만큼 면세주류 금액 상한을 조금은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닌 셈이다.

또한 개수 제한을 없앤 만큼 용량 기준도 이와 함께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면세주류 제한을 △최대 3병 △1병당 7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위스키나 와인 등 주류가 대체로 700∼750㎖인 점을 반영해 ‘1병당 750㎖’를 주류 면세 상한으로 규정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과 비교할 시 우리나라의 면세주류 반입 기준이 아주 타이트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한다. 하지만 면세주류 기준이 까다로운 국가의 경우 대부분이 주류에 부과하는 세금 기준을 ‘종량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주류 가격에 따라 세금을 차등 적용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해 주류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해외에서 주류를 면세로 구매해 오는 것이다.

면세주류 반입 규정이 언제 다시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기재부에서 이후 면세주류 한도 조정에 대해 재차 논의를 할 때는 국민들의 소득 수준 등을 반영해 면세주류 금액 상한 조정 및 용량 제한 완화 등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