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소년 첫 전국 조사 실시… “약 14만명 추정”

2025-03-26     이민지 기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파악을 위한 첫 전국 조사를 실시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파악을 위해 첫 전국 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고립‧은둔 청소년의 71.7%가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5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정책연구원 최홍일 박사가 실시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9~24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인포그래픽 /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응답자 1만9,160명 중 고립청소년은 12.6%, 은둔 청소년은 16%로 나타났다. ‘고립’은 외출빈도가 낮거나 없는 상태로, 최소한의 사회관계는 있으나 필요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인적지지체계는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은둔’은 외출을 하지 않는 상태로, 방안에서 조차 거의 나오지 않아 사회적 관계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를 의미한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2.3%는 18세 이하에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인관계’가 65.5%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공부 및 학업’(48.1%) △‘가족관계’(34.3%) △‘진로 및 직업’(36.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이 17.1%로 가장 많았으며, △1년 이상~2년 미만 16.7% △6개월 이상~1년 미만 16.6% △3년 이상 15.4%로 나타났다. 또 40%에 가까운 청소년이 일상생활 복귀 후 재고립‧은둔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고립‧은둔을 하게 된 이유로는 ‘힘들고 지쳐서’(30.7%)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17.4%) 등이 많은 표를 얻었다.

고립‧은둔 기간 동안 주로 한 활동으로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시청’이 59.5%로 가장 많았다. 본인의 정신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60.6%, 본인의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48.9%로 나타났다.

과반수 이상은 죽음을 생각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학생은 62.5%에 달했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1.7%는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55.8%는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탈고립‧은둔을 위한 노력(복수 응답)으로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이 52.6%로 가장 많았다. △‘취미활동 하기’(50.6%)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인터넷에 검색하기’(35.6%) △‘심리상담 받기’(34.1%) 등으로 뒤를 이었다.

26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고립‧은둔 청소년 삶 실태 및 정책과제' 포럼이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진행됐다. 사진은 최홍일 박사가 발표하는 모습.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유튜브 화면

한편 26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청소년메타센터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삶 실태 및 정책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최홍일 박사는 “최근 고립‧은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정책적 지원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립‧은둔이 청소년기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체계적 지원을 위해 구체적 특성 파악이 필요해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은둔‧고립 청소년 비율이 5.2%로, 이를 13~18세 청소년 인구(약 270만명) 적용할 경우 약 14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12세 이전 고립‧은둔을 시작한 청소년 비율이 1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조기에 고립‧은둔을 예측하고 발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