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도 마비됐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비상 인력 외 모두 대피 양서류, 어류, 조류 등 보호종, 본원 및 인근 연구기관으로 이송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경상도 권역을 휩쓸고 있는 산불로 인근 주요 정부 시설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도 산불 영향권에 들면서 업무에 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립생태원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영양읍 고월길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필수 관리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력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구원들은 재택 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 2018년 개원한 환경부 산화 연구기관이다. 한국의 핵심 멸종위기종 복원과 보전계획 수립, 증식‧복원 기술개발을 목표로 운영된다. 현재 먹황새, 저어새, 소똥구리 등 주요 멸종위기종들이 센터 내에서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경북 지역 영양군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멸종위기종복원센터도 위협을 받게 됐다. 임정은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처음 22일 산불이 발생했을 때 영양까지 번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었다”며 “하지만 뉴스를 보니 점점 산불이 다가오고 있었고, 어느 순간 센터 뒷편의 산에서도 산불이 보이기 시작해 모두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국립생태원은 센터 내 동식물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송한 상태다. △어류(5종, 3,434개체) △양서류(금개구리 30개체)는 울진 경북도민물고기연구센터로 이송됐다. △조류(3종 19개체)는 충남 서천 본원으로 옮겨졌다. 각 동물들은 센터 내 연구원이 동행해 상태를 살피고 있다. 만년콩 등 식물 10종 967개체는 지하 창고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 영양군을 포함, 안동·청송·영덕 등 5개 시·군 등 모든 지역의 산불 진화율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양군의 경우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주불은 잡힌 상태다. 또한 비가 내리고 있어 산불의 기세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언제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정상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연구원들의 경우 즉각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동식물들을 다시 이송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연구원분들의 경우 공가가 끝나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라면서도 “동식물의 경우 너무 자주 옮겨지다보면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폐사하는 경우도 있어 안정화가 이뤄진 후 아마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