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의 기본’ 누리는 세상, 계단 정복 지도로 그려요”

이동약자 위한 정보 제공 플랫폼 ‘계단뿌셔클럽’ 이대호 공동대표 인터뷰

2025-03-31     이민지 기자
이동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계단뿌셔클럽 이대호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 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우리는 하루에 몇 개의 계단을 마주하게 될까. 이 질문에 쉽게 정답을 말하는 이는 없을 테다. 그만큼 비이동약자가 일상에서 계단을 마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약자에게 계단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계단뿌셔클럽 이대호 공동대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직장 동료를 만나며 계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에 있는 계단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앱(App)을 만드는 비영리 단체 ‘계단뿌셔클럽’을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이동약자의 문제에 함께 고민하고 있는 계단뿌셔클럽 이대호 공동대표를 시사위크가 만나고 왔다.

- 평소에 이동약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편이었나.

“계단뿌셔클럽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박수빈 대표랑 ‘타다’라는 기업에서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동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가 주변에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이 회사를 다니거나 매일매일 만나는 사이로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보다시피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평소에 (이동약자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다가 박수빈 대표와 2년 정도 회사 생활을 같이 하면서 ‘이게 진짜 불편하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같이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회식도 가게 되지 않나. 박수빈 대표와 함께 갈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더라. 경험한 문제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처음에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 ‘타다’도 이동과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타다’에서 일한 경험이 계단뿌셔클럽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재직 당시 ‘타다’ 서비스의 슬로건이 ‘이동의 기본’이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무래도 이동의 기본이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해 보게 됐다. ‘기본’이라고 하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조건’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나. 내가 일하던 때에는 ‘타다’가 정말로 그런 서비스였다.

왜냐하면 ‘타다 어시스트’라는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약자들 전용으로 장애인 콜택시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사회공헌적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이 사업을 정리하더라. 회사의 판단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동의 기본’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이 서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없어져도 이동의 기본이 지켜지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동의 기본에 대한 고민들을 여전히 많이 하는 것이 모두 이것에 대한 연장선이라 생각한다.”

이동약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앱을 만드는 '계단뿌셔클럽'. 사진은 '계단뿌셔클럽' 앱 화면의 모습 / 계단뿌셔클럽

- 네이버 지도 등을 통해서도 매장의 위치나 건물 외형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출시된 서비스들과 다른 계단뿌셔클럽이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가.

“계단뿌셔클럽은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첫째는 계단뿌셔클럽이라는 앱(App)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고, 두 번째는 이 앱 서비스에 필요한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커뮤니티 활동이다. 이 앱 서비스의 핵심 기능은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접근성 정보를 중심으로 장소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으며,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차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휠체어 사용자가 어떤 장소를 가려고 할 때 그 가게의 출입구 사진을 봐야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다. 기존 출시된 서비스 중에서는 접근성 정보가 없거나 있더라도 찾기 어려운 형태로 들어 있다. 그래서 접근성 정보 중심으로 장소를 탐색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이 필요하다.”

- 접근성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이동약자들의 참여가 중요할 것 같다. 이동약자 참여자가 많은 편인가.

“현재 이동약자가 10%, 비이동약자가 90% 정도 된다. 사실 2~3년차까지는 이동약자의 참여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두분씩 참여를 해주시고, 그러다가 크루(계단정복활동을 이끄는 팀의 리더) 활동을 해주시는 분이 생겼다. 

이동약자가 직접 참여를 해준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이동약자들이 이동하기 불편해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직접 계단 정보를 수집하고 다닌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 않나. 현재는 이동약자 참여자분들을 많이 모집하고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두모두 유닛’이라는 활동을 구성하고, 대학교 장애학생 지원센터 등에 홍보를 요청하고 있다.”

계단 정보 수집을 위해 모인 2030 세대들의 모습. / 계단뿌셔클럽

- 계단 정보를 수집하는 데 2030세대의 참여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의사결정자가 2030세대가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2030세대를 끌어들이고 싶은 조직의 의사결정자가 2030이 되고, 그 사람이 계획하고 주도한 기획이 꾸준히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그 세대가 많이 모일거라 생각한다. 완전히 똑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50대에 이 일을 하고 있다면 아마 50대 중심의 어떤 활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유독 젊은 세대가 많이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유대감이 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떤 프로그램 활동을 신청해서 오는 경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지 않나. 그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안감이 최소화되려면 자신과 같은 공통점이나 교집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력한 공감대와 교집합은 그 세대에서 온다고 본다. 

만약 계단뿌셔클럽에 5060 세대가 많이 모여서 활동하는 모습의 사진을 계속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50~60대 분들이 오실거다. 하지만 저희는 팀원들 대부분 2030세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다보면 비슷한 또래이고 하는 것 같다.”

- 비영리 조직이라 수익을 창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어떻게 수익을 내고 있나.

“크게 세 가지 수익 모델이 있다. 첫 번째는 기부다. 비영리 조직을 가장 건강하게 운영하는 방법은 그 미션과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정기 후원자가 돼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정기 후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는데, 이를 위한 준비를 마쳐 3월 중에 정기 후원 페이지를 본격적으로 오픈해서 캠페인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기업과 협업하는 임직원 활동 프로그램이다. 기업에서 연탄봉사나 김장담그기 봉사 많이 하지 않나. CSR(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더라. 그래서 종종 먼저 연락을 드리지 않음에도 감사하게 연락해주시는 곳이 있다. 그렇게 임직원 참여 활동을 운영하면 그것에 대한 기부금이나 사업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앱 서비스 사용자를 충분히 만들면, 앱 서비스 내에서 이동약자와 관련한 광고나 제휴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계단뿌셔클럽 이대호 공동대표. / 이민지 기자

- 계단뿌셔클럽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5년 간 조직을 운영하면서 목표를 얼마나 이뤘다고 생각하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공부를 했었다. 사회 구성원의 약 20%에서 인식이 형성되면, 그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있더라.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1,000만명 정도가 공감대를 가져야 하는 것이더라. 1,000만명이 계단 정복 활동을 하게 만들거나, 정복 활동을 경험해 본 사람이 100만명 정도 돼 주변 사람 10명에게 활동을 알려주면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까지 정복 활동에 참여한 사람이 2,600명 정도다. 100만명까지 굉장히 많이 남았다. 하하.”

- 현재 한국 국민의 이동약자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엄밀하게 답하기엔 어려운 문제다. 다른 나라에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데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들, 미국 등 선진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관심과 공감대, 포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해외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부분을 체감하게 된다.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나라에 여행을 가보면 훨씬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하더라. 

특히 일본으로 여행 간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본인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 자신보다 먼저 타는 사람을 거의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휠체어 사용자가 먼저 타도록 기다리고, 만약 엘리베이터가 꽉 찬 상태라면 휠체어 사용자가 탈 수 있도록 내려준다고 하더라. 반면 한국은 지하철 이용하려고 엘리베이터를 많이 타게 되는데, 본인이 타려고 하면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많다고 한다. 꽉 차 있는 상태의 엘리베이터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이 내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 사회는 훨씬 이동약자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좀 낮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조직을 운영하는 데 ‘다정함’이라는 키워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다정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에게 ‘왜 계단뿌셔클럽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면 ‘다정함’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나오더라.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다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반응이 자주 나온다. 그러다보니 계단뿌셔클럽의 매력은 다정함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계단뿌셔클럽이 다정함이 없으면 형성될 수 없는 커뮤니티다. 각자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유지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동약자 입장에서도 ‘내가 장애가 있어서 불편한데 왜 세상까지 바꿔야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비이동약자 입장에서도‘내가 겪는 문제도 아닌데 왜 시간과 돈을 써야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뛰어넘게 하는 이유가 다정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서 서로 같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마음이 다정함에 있다고 생각된다.” 

- 우리 사회 안에서 계단뿌셔클럽이 어떤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성장하길 바라나.

“이동약자와 그 친구들이 이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동을 하고 싶을 때 이동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너무 어렵거나 찾을 수 없어서 이동을 포기하거나 망설이는 일들을 없앨 수 있길 바란다.”

- 계단뿌셔클럽의 단기‧중기‧장기 계획이 궁금하다.

“단기 계획은 올해 서울에 있는 주요 역세권 약 140개 장소의 데이터를 모아서 서울 주요 번화가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앱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이 동네에서 계단뿌셔클럽 앱 쓰면 편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전국 주요 관광 도시들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방식과 도구, 매뉴얼들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공동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우연히 작년에 LA 시장실 보좌관으로 일하고 계신 분을 만나게 됐다. LA도 생각보다 계단이 출입구에 있어서 불편한 곳들이 많다고 하더라. ‘한국에서만 이러한 서비스가 필요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단 2028년 LA올림픽 때 패럴림픽이 개최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LA 시민들과 함께 접근성 정보를 모아서 앱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서비스를 경험한 이동약자 친구들이 전 세계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러면 글로벌 진출이 진짜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