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가 끝 아니다… 기후재난 대응 대전환해야

2025-04-03     김두완 기자
지난달 28일 영남 지역을 휩쓸었던 대형 산불은 진화가 완료됐지만 75명의 사상자를 내고 주택 3,400여채가 전소되는 피해를 남겼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기후재난 관련 대전환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확대와 지휘 체계 정비 등 전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반복된 무대응, 기후재난 키워

지난달 28일 영남 지역을 휩쓸었던 대형 산불 진화가 완료됐다. 이번 산불은 75명의 사상자를 내고 주택 3,400여 채가 전소된 역대 최악의 산불로 평가된다. 피해 면적도 지난 1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미국 LA 산불의 두 배에 달한다.

이번 산불은 기후재난 발생 시 대응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산림청과 소방청 간 불분명한 지휘 체계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했고 주민들은 재난문자를 받았지만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비상’은 “이번 산불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지휘 체계의 혼선, 장비·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돼 왔다”며 “반복되는 무대응이 기후재난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림청은 2017년 산불 진화 헬기를 올해까지 90대 확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보유 대수는 절반 수준인 50대에 불과”했고, “진화 임도(산림의 관리와 임산물의 수송을 위해 조성된 도로)와 전문 인력 확충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짚었다.

산림청은 2023년 3월 ‘대형산불 방지를 위한 임도 확충 전략 발표’를 통해 당시 332km에 불과한 산불진화임도를 매년 500km 이상씩 확대해 2027년 3,207km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상’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작년까지 확충된 임도는 851km에 불과했다. 전문 진화 인력 또한 6개월 단위로 고용되는 고령의 산불예방진화대원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은 기자회견에서 “산불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 예천 산사태 등 비슷한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지적된 문제들이다”고 말했다.

또 “여름이 다가오면 폭염‧홍수‧태풍 등 또 다른 기후재난들이 예고된다”며 “산불과 폭우 등 양극단의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는, 이른바 ‘기후 채찍질(climate whiplash)’이라 불리는 현상이 이미 미국‧유럽‧아프리카‧중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고, 한국도 그 예외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무관심과 무대응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더욱 키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린피스가 카이스트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로 인해 국내 산불 위험일수는 산업화 이전 대비 연간 최대 120일 증가했으며,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이번 산불이 발생한 경북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 확대와 지휘 체계 정비 등 전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이소영 의원실 제공

◇ 기후재난 대비… 예산 구조 전면 개편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홍수‧가뭄‧산불 등의 재난에 대한 대응을 포함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 규모는 총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기후재난 대응 책은 그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후대응기금도 매한가지다. 기금의 용도에는 ‘기후위기 적응’이 포함되지 않아 재난 대응에 활용하기 어렵다. 기금 용도를 조정하거나 별도 적응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상’은 산불 뿐만 아니라 폭염‧폭우‧한파‧연안침식 등 다양한 기후재난에 대비해 적응 대책과 예산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주민 안전을 위한 경보 체계 정비, 대피소와 피난 경로 확보, 이동약자 지원, 지역 기반 대응 훈련 등 실질적 인프라가 적응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영 의원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다행히 진화됐지만, 단순히 끝난 일로 여기고 안도할 수 없다”며 “이번 산불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곱씹고 그 다음 산불, 그 다음 폭우에 앞서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상’은 국회에서 추경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지원에 함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국회 역할과 관련해서는 “예비비를 두고 책임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여야가 협력해 이번 추경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기후재난 대응 핵심 예산과 정책 우선순위를 마련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소영 의원은 “이제 국회와 정부가 기후재난을 ‘예외’가 아닌 ‘전제’로 삼고, 모든 정책과 예산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라며 “비상은 이번 산불이 남긴 뼈아픈 교훈을 잊지 않고, 국회 차원의 입법과 예산 정비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상’은 기후위기를 의정활동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비상하게 대응하기 위해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으로, 현재 이소영·박지혜·한정애·김정호·김성환·위성곤·민형배·김영배·김원이·허영·염태영·박정현·임미애·차지호·백승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