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상왕으로 착각하는 윤석열

2025-04-07     권신구 기자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는 등 여전히 정치적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야당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 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고, 여당 일각에서도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걱정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7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한남동 관저를 꿰차고 앉아서 ‘상왕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고, 김용만 의원은 페이스북에 “권한 없는 자가 관저를 점거하고 권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파면된 이후 나흘째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고 있다. 사저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의 경호·경비 등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읽힐 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5일 당 지도부와 나경원 의원 등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인간으로서 예의’라며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일었다.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겨냥해 메시지를 낸 것은 이같은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변호인단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위대한 여정은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행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는 헌재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를 외친 지지자들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사면·복권 염두 해석

파면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윤 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이를 당면한 조기 대선 국면과 연계해 해석하고 있다. 파면으로 각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데다, 향후 사면·복권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경우에 따라 유죄판결이 나오더라도 사면을 받으려면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했다.

탄핵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 결집이 확인됐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의 토대가 되고 있다.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예언자적 지위에서 점지하는 사람이, 기름을 부은 사람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우파의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강한 팬덤을 형성했다”며 “(이 팬덤은) 어떤 사람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윤석열이 내건 이념과 가치(에 대한 지지)”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는 국민의힘의 고심거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장 헌재로부터 이미 위헌·위법성에 대한 결론을 받은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향후 정국 주도권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존재감을 보이려고 들겠지만 (국민의힘에겐) 독이 될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스스로가 자중해 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을 함으로써 위헌·위법한 행위로 탄핵된 대통령과의 절연은 필연적”이라고 직격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을 계속해서 국민의힘과 한 묶음으로 소환해 선거 구도를 만들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당적 정리나 이런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