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이제 와서? 강원랜드 사장 선임 추진 두고 ‘쏟아지는 우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역대 최장기간 사장 자리가 비어있는 강원랜드가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미루고 미루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전후로 선임 절차에 돌입한 것을 두고 ‘낙하산 알박기’ 인사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모습이다.
◇ 1년 넘게 지지부진하더니 탄핵 정국 속 본격화 ‘왜’
497일. 카지노 공기업 강원랜드가 사장 없이 지낸 기간이다. 2023년 12월 1일 이삼걸 전 사장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두고 돌연 물러난 뒤 16개월 넘게 신임 사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랜드 역사상 최장기 수장 공백이다.
사장 역할은 이삼걸 전 사장이 물러난 직후 취임한 최철규 부사장이 대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이삼걸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두 차례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는 정치권 출신 인사였다. 최철규 부사장 역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출신이다. 윤석열 정권의 낙하산 부사장 취임이 임박하자 문재인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떠밀리듯 물러난 형국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강원랜드는 후임 사장 선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선임 절차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반면, 조직개편이나 중장기 경영목표 등 굵직한 현안들은 사장 직무대행을 맡은 최철규 부사장 주도하에 미루지 않고 적극 추진됐다.
강원랜드가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린 건 지난해 8월에 이르러서다. 이삼걸 전 사장이 물러난 지 9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임추위 구성 이후에도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결국 강원랜드는 수장 공백 상황이 1년을 넘겼고, 그러던 중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다. 이후 사장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펼쳐지면서 강원랜드의 사장 선임은 더욱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강원랜드는 미루고 미루던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본격화했다. 사장 공모 공고를 내고 후보 접수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헙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강원랜드의 사장 후보 접수는 지난달 27일까지 이뤄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물론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사장 선임은 가능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별다른 이유 없이 사장 선임에 지지부진했던 강원랜드가 탄핵 정국이란 혼란 속에 돌연 선임 절차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다. ‘낙하산 알박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강원랜드 안팎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강원랜드는 정치 권력의 놀이터가 아니다. 낙하산 사장 공모를 즉각 중단하라”며 “몰락한 정부의 전문성 없는 보은성 알박기, 자격 미달 낙하산 사장 인사를 절대 묵인할 수 없는 만큼, 급작스럽게 진행 중인 임추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도 입장문을 내고 “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대통령 선거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강원랜드 사장 선임 과정이 진행되는데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추위는 특히 “강원랜드가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두 달 뒤 새로운 정부 수립 후 그 직무에 적합한 인사를 신중히 선임해야 할 것”이라며 대선 이후 새 정권 하에 사장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사장 선임 절차의 후보군으로는 정치권 및 군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강원랜드는 1차 심의를 거쳐 2차 면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