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1주기] 팽목항, 하늘도 울었다
시사위크|진도·목포=김두완·정소현 기자 한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먹먹한 가슴은 나지막한 한숨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1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팽목항의 아픔은 여전했다.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현 진도항)은 한산했다. 그날의 기억이 잊혀진 걸까 하는 야속함이 감돌 때쯤 삼삼오오 추모객들이 찾아왔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추모객은 잊지 않고 노란 리본 조형물 앞에서 애도를 표했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뒤 자신들만 탈출했다. 총 탑승자 476명 중 배가 기울기 시작한 초기에 서둘러 선실을 빠져나가 갑판으로 향했던 172명은 생존했다.
하지만 안내방송에 따라 선내에 가만히 있던 304명은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들은 정부의 구조를 기다렸지만 해경 등 구조당국은 구조작업에서 우왕좌왕했고 언론은 ‘전원구조’라는 오보로 구조에 혼선을 줬다. 결국 1명도 구하지 못했다. 최악의 참사였다.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팽목항 방파제 초입에는 ‘세월호 기억의 벽’이 조성돼 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없게 하겠다는 다짐으로 타일 4,665장을 붙여 만든 벽이다.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드는 어린이 문학인들’이 주관했고, 그날의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전국 26개 지역의 어린이와 어른들이 타일에 그림과 글을 썼다.
“여기에서 늘 기다릴게” “기억할게” “이젠 돌아오렴 벚꽃 그늘 아래” “아이들아 그리운 아이들아 대답이 없구나” “기적을 믿어요” “너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할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다”
이날 팽목항 하늘은 그날의 슬픔을 기억하는 듯 눈물 같은 비를 내렸고,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잊지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쓰여진 깃발은 바람에 펄럭거리며 목놓아 울었다.
팽목항 인근 공터 한쪽에는 임시 컨테이너가 11년째 우두커니 놓여져 있다. ‘팽목기억관’이다.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다. 좁은 컨테이너 공간에는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이 있고 추모영상부터 추모 리본, 추모 방명록 등을 비치해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인근 진도고등학교 150명의 학생이 이곳 팽목기억관을 찾았다. 학생들을 인솔한 담당 선생님은 “매년 온다”며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11년전 일이라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진도고 학생들은 하나같이 “기억한다”고 답했다.
팽목기억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던 한 학생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도 사람이니까 진도항에서 벌어진 일은 알아야 한다”며 “가슴이 아프다. 국가가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