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투펭귄②] 남극에서 가장 날렵한 사냥꾼
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 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특별취재팀 젠투펭귄은 사실 남극에서 가장 숫자가 적은 펭귄종 중 하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남극 내 서식하는 젠투펭귄 개체수는 38만7,000쌍으로 약 77만4,000여마리다. 턱끈펭귄 400만쌍(800만마리), 아델리펭귄 237만쌍(약 500만마리)과 비교하면 현저히 개체수가 적다.
이처럼 개체수가 적은 젠투펭귄이 남극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킹조지섬이다. 그중에서도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No. 171 나레브스키 포인트’, 일명 ‘펭귄마을’에는 약 3,000쌍의 젠투펭귄이 살고 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펭귄마을은 우리나라 주도로 지정된 특별보호구역이다. 2009년 4월 제32차 남극조약 협의당사국 회의에서 최종 승인받았다. 펭귄마을은 우리나라의 환경부 및 외교부와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의 허가를 받은 연구자 및 관계자들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 젠투펭귄들은 무리를 지어 번식한다. 남극의 봄인 9월~10월부터 펭귄마을을 찾아 곳곳에 ‘콜로니(군락)’를 형성한다. 각 둥지는 수컷이 자갈과 조약돌을 쌓아 만든다. 둥지가 마음에 든 암컷은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보통 10~11월 사이에 알 2개를 낳는다. 부화까지는 약 35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젠투펭귄의 새끼는 통상 12월 중순경에 태어난다. 하지만 특별취재팀이 방문했던 12월에는 중순이 지난 12월 25일에 많은 새끼가 태어났다. 펭귄마을을 함께 방문했던 연구팀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 표현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의 몸은 하얀 솜털로 덮여있다. 등쪽 솜털은 회색빛이 조금 더 강하다. 하지만 주황색 부리는 엄마 펭귄을 빼닮았다. 삐약거리며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어미 펭귄들은 혹여 새끼들이 추울까 온몸으로 바람을 막으며 품는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인간과 다를바 없다.
하지만 젠투펭귄 새끼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주위에 포식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갈색도둑갈매기(Brown Skua)’는 갓 태어난 새끼들의 천적이다. 날카로운 부리로 무장한 두 마리의 부부 갈매기들은 호시탐탐 새끼들을 노린다.
뿐만 아니라 젠투펭귄의 겁 많은 성격도 새끼들에겐 위험 요소다. 한번은 연구 활동을 위해 과학자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어미 젠투펭귄이 둥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일이 있었다. 어미 펭귄은 둥지 주변으로 돌아왔지만 안절부절하며 모성애와 두려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많은 고뇌를 한다고 털어놨다. 과학 연구를 위한 활동이고 최소한의 개입만 하지만 뜻하지 않게 펭귄을 위험에 노출시키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어미 펭귄이 안정을 되찾고 둥지로 돌아올 때까지 새끼 펭귄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취재팀도 이 광경을 마주하면서 연구팀과 펭귄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물론 젠투펭귄이 겁쟁이에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젠투펭귄은 모든 물새 중 가장 빠르게 수영할 수 있는 종이다. 연구된 바에 따르면 젠투펭귄은 최대 시속 36km로 수영할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수영 능력으로 크릴새우, 작은 물고기들을 사냥한다. 또한 바다의 포식자 범고래나 레오파드 물범조차 젠투펭귄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