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모이다④] 취미보다 ‘사람’을 기억하게 되는 시간
시사위크=안혜림·임다영·홍서연 인턴기자 동료나 가족 중심의 끈끈한 공동체가 자연스러웠던 세대가 지나고, 요즘 20대는 ‘순간을 공유할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리터러시에 능하고 수평적 대화를 선호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당연히 ‘모이는 방식’도 그 특성을 반영한다. 20대는 이제 스스로 모임을 조직하고, 일시적이지만 의미 있는 인연을 중시한다.
그 대표적인 창구가 바로 ‘모임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는 모임의 새로운 변화라는 점에서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사위크가 세번째로 포착한 청년들이 모이는 곳은 바로 소모임이다.
◇ 전시 관람부터 출사 모임까지… 취향이 곧 모임이 된다
청년들은 이제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자 한다. 단순한 취미나 자기 계발 활동뿐 아니라, △기상 △산책 △독서 △글쓰기 같은 사소한 루틴조차도 사람들과 함께한다.
모임 플랫폼 △문토 △소모임 △당근마켓 내 동네 생활 탭 등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런 모임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는 관심사별 모임을 스스로 선택하거나 직접 기획에 나선다. 모임은 실용적 성과보다도 심리적 교감과 일상의 활력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시사위크가 만난 한 20대 소모임 참여자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안정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기존 공동체 중심의 끈끈한 관계보다는 취향 중심의 느슨한 연결이 이제 청년들의 주된 관계 방식이 되고 있다.
◇ 서로의 말과 표정 속에서 힘을 얻는 시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열린 독서 소모임. 시사위크 취재진이 직접 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모임에 참여하고,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책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일상과 가치관, 인간관계로 옮겨갔다.
소모임에 참여한 최민준(가명) 씨는 “휴학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이 모임에서는 내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속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송현수(가명) 씨는 “생각이 많아질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도움이 된다”며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소모임에 참가한다”고 전했다.
모임 운영자 역시 “사람은 결국 사람으로 회복된다”고 강조했다. 책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만났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말과 표정 속에서 힘을 얻는 시간이라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 소모임이 청년들의 삶을 바꾼다
“회사 다니면서 일상이 반복되는데, 정해진 시간에 사람들과의 모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덜 무의미해졌어요.”
소모임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루틴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견디는 동력이 된다. 청년들은 깊고 끈끈한 관계보다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는 느슨한 관계를 선호한다. 필요할 때는 대화를 나누고 취미를 함께하지만, 얽매이지 않는 거리가 오히려 더 편하다는 것이다.
△모임을 통해 글쓰기를 시작하는 청년 △함께 걷는 습관을 들이는 청년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청년 등. 새로운 공간, 반복되는 만남, 익숙하지 않은 대화가 조금씩 삶의 균형을 되찾게 만든다.
송씨는 “취업 준비로 우울증을 겪다가 친구 추천으로 소모임에 나오게 됐다”며 “모임에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끈끈하고 지속적이지 않아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진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