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보수 단일화’에 목매는 이유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6·3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일화’를 두고 보수 진영이 소란스럽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 선을 긋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 제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사전투표 시작일인 29일 전까지는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은 단일화의 키를 쥔 이 후보의 ‘결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26일 이 후보를 향해 또 한 번 단일화를 제안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개혁신당이 단일화에 전제조건을 제시해 주기를 제안드린다”며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역시 이재명 총통의 집권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며 “양당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사명이 같다면 무조건 반대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주장이 그치질 않았다. 이 후보가 거듭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왔으나 소용없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세론’ 속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승산을 조금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기대는 초기 단일화론의 바탕이 됐다. 여기에 최근 범보수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차 단일화 시한으로 평가됐던 24일(투표용지 인쇄)을 넘긴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기존에는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최근에는 단일화 실패에 따른 ‘책임론’까지도 설파하고 있다. 김문수 대선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지율) 10%를 얻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보수 분열의 책임까지 감수하겠나”라고 했다.
◇ 단일화 기대 버리지 않는 국민의힘
김 전 의원은 ‘사표 방지 심리’로 인해 실제 투표에선 김 후보에게 표심이 쏠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 후보 역시 이러한 점을 근거로 극적 단일화 성사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오전 경기 안성시 안성중앙시장 유세 후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는) 국민민심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열심히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를 향한 공개적 단일화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사전투표 전날까지는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단일화 조건으로 내건 ‘공동정부’, ‘100% 국민경선 여론조사’ 제안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기득권 세력이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배신자’, ‘싸가지 없다’, ‘사라져야 한다’면서 집단 리치를 가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단일화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입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철근 개혁신당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계엄에 찬성한 세력, 탄핵에 반대한 세력,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 자유통일당과 연대하는 세력, 극우 아스팔트 세력이 중심이 되어가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보수층의 단일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이 후보 역시도 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서지영 국민의힘 선대위 홍보기획단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3차 토론 끝나고 나면 바로 사전투표가 시작되지 않나”라며 “그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 후보의 선택에 따라 대선 판도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장 민주당은 “명분 없는 단일화 꼼수”라고 견제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