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53)] 스마트팜은 아니어도, 스마트하게!

2025-05-30     청양=박우주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큰 비용이 드는 스마트팜은 못하지만, 스마트한 방법들을 적극 적용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스마트팜은 미래농업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올해 뉴스만 봐도 비가 많이 오고 엄청 더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가면 갈수록 기후환경이 안 좋아지고 있는데, 그걸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온도와 습도, 방제(농약) 등을 기계가 제어해서 인력을 덜 쓰고 자동화로 농작물을 키우는 방식이다. 우리는 올해 초 폭설로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스마트팜과 같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방법을 깊이 고민했다.

물론 스마트팜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많은 장점 이면에 단점이나 한계도 존재한다. 우리는 하우스를 새로 지었다. 기본 하우스고 평당 약 7~8만원이 들었다. 저렴한 곳을 찾아 비용 부담을 덜었고, 보통은 평당 약 10~12만원이 든다. 하우스 총 350평을 지어서 대략 2,500만원을 썼다.

스마트팜에 드는 가격을 알아보니 평당 100만원이었다. 그럼 3억5,000만원이다. 가격차이가 10배 이상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그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스마트팜의 단점 및 한계 중 하나는 특수한 작물에 더 적합하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들이니 1년 내내 이어갈 수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이 좋다. 대표적으로 채소류나 딸기, 토마토, 멜론 등 사계절 온도를 조절해서 고수익을 내는 작물이 있다. 실제로 청년들이 스마트팜으로 농업에 도전하는 경우 대부분 이런 작물을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고추나 구기자는 스마트팜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우리 농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스마트팜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들은 대부분 고령층이 재배한다. 우리 주변만 봐도 나이가 65세 이상인 분들이 대부분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이분들이 농사짓기 어려워지면 이러한 작물들의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정부에서는 스마트팜에 대한 보조를 50% 정도 해주고 있는데, 스마트팜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에 대한 지원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균형 있는 농업발전이 가능할거다.

이런 현실과 고민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스마트팜이 어려운 환경이라면 스마트하게 농사짓는 방법이라도 생각해서 나부터 실천하자! 그렇게 새롭게 마련된 하우스는 나름 스마트한 시스템을 갖췄다.

첫 번째는 ‘강우센서’다. 강우센서 가격은 대략 100만원 정도다. 이걸 설치하면, 비가 오면 자동으로 하우스 문이 닫히고 비가 안 오면 자동으로 하우스 문이 열린다. 그동안은 비가 오면 뛰어나가 하우스 문을 닫고, 비가 그치면 열었다. 또 비 예보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해야 했다. 강우센서를 설치한 뒤에는 이러한 수고를 덜었다. 

특히 강우센서를 활용하기 위해선 컨트롤박스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있으면 온도조절까지 가능하다. 설정한 온도에 맞춰 자동으로 하우스가 열리거나 닫힌다. 하우스 농사에 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온도다. 더운 여름에 하우스 문들 닫아두면 내부가 찜통이 돼서 작물들이 다 죽을 수 있다. 그런데 컨트롤박스가 있으면 비가 와서 하우스를 닫았다가도 너무 온도가 올라가면 다시 열리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귀농을 하고 하우스 농사를 지은 뒤 가장 잘 구매한 장비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한 농업으로의 발전은 하우스 붕괴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 청양=박우주

두 번째는 ‘연막기’다. 어느덧 7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치는 기계도 수많은 걸 사용해봤다. 5만원 짜리 수동 농약기부터 30만원짜리 충전식 자동 농약기, 50만원짜리 모터농약기, 70만원짜리 강풍농약기에 이르기까지. 결국 가장 비싼 게 효과와 노동력 절감에 좋았다.

여기서 잠깐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농약기 팁을 알려주자면, 우선 수동 농약기는 절대 사면 안 된다. 나도 처음엔 ‘운동할 겸 좋겠지’라고 생각해서 샀는데 이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라 몇 번 쓰고 버렸다. 30만원짜리 충전식 농약기는 제초할 때도 좋고 작물이 어릴 때 사용하기에 좋다. 50만원짜리 모터농약기의 장점은 농약을 500리터까지 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 단점은 그만큼 농약이 많이 들어가고 무조건 2명이 한 팀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70만원짜리 강풍농약기(치파렐리)는 약도 적게 들고, 효과도 좋고, 혼자 작업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 단점은 물을 흠뻑 주는 게 아니라 강풍으로 물 입자를 미세하게 만들어서 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충에는 좋지만 병에는 좋지 않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마프팜은 약을 어떻게 치는지 찾아보니 역시 획기적이었다. 그냥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모든 곳에 안개처럼 농약이 분사되는 방식이었다.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문제는 돈이다. 대략적으로 견적을 내보니 우리 하우스에 설치할 경우 약 2,000만원 이상이 필요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찾아낸 것이 ‘연막기’다. 연막기는 말 그대로 안개를 생성해서 약을 치는 장비인데, 효과적이고 노동력 절감에도 좋다. 스마트팜엔 곳곳에 약이 나오는 호스가 설치돼 있어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그곳에서 안개가 분사된다. 반면 나는 연막기 자체를 사서 직접 들고 움직이며 약을 친다. 

스마트팜에 비하면 아쉽지만, 기본 방식에 비하면 훌륭하다. 70만원 짜리 강풍농약기의 경우 하우스 한 동을 5번 왔다 갔다 하며 약을 쳐야 하는데, 연막기를 사용하면 1번만 지나가도 된다. 하우스 4동을 작업하는데 강풍농약기로 대략 40분~1시간 정도 걸리는데, 연막기를 사용하면 시간도 확 줄어들고 효과도 좋다. 가격은 100만원이다. 연막기는 작물 초기보다는 중기나 후기에 더 효과가 좋은 거 같아서 초기에는 강풍농약기를 사용한다.     

이러한 장비들 뿐 아니라 몇 가지 ‘노력’도 더했다. 스마트팜을 하는 곳을 보면 농장이 정말 깔끔하다. 바닥에 있는 흙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위에서 농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바닥에 잡초가 안 보인다. 그래서 우리 하우스도 보이는 모든 곳에 제초매트를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초매트는 우리가 귀농하면서 알게 된 최고의 잡초방지 매트인데 이번에 70만원을 들여 10개를 구입해서 전체를 다 깔고 있다. 잡초와의 싸움은 피하는 것이 최고다. 

또 하우스를 지을 때에도 비닐이 열리는 것을 일반 하우스보다 더 높게 해서 통풍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최근에 가장 똑똑하게 농사지었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파이프 박기’다. 파이프를 박으려면 파이프용 망치를 이용해 사람 힘으로 온힘을 다해 박아야한다. 이번에 하우스에 들어간 파이프가 약 350개 정도 된다. 이걸 하나하나 박으려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알이 배긴다. 

그래서 이번엔 농업기술센터에서 ‘파이프항타기’라는 것을 빌려서 작업했다. 하루대여료가 6,000원인데, 파이프에 꽂고 버튼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파이프가 박혔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작업을 끝냈다.

이렇게 스마트한 농사로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하우스가 무너졌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하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이런 큰 변화 없이 기존 틀에서 농사를 지었을 거다. 전화위복이다. 아주 만족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농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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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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