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끈펭귄①] 남극의 ‘까칠한’ 신사
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턱끈펭귄(Chinstrap penguin)’은 ‘남극의 신사’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펭귄이다. 검은색 등과 하얀 배, 여기에 목의 검은 줄은 마치 나비넥타이를 맨 신사처럼 보인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젠투펭귄과 함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펭귄이다. 동시에 턱끈펭귄은 ‘까칠한’ 매력의 소유자다.
◇ 사나운 성격의 턱끈펭귄, 젠투펭귄과는 다른 매력
턱끈펭귄은 약 71~76cm 크기의 중형 펭귄종이다. 황제펭귄과 임금펭귄, 젠투펭귄에 이어 4번째로 크다. 머리 꼭대기부터 얼굴의 하얀색 양쪽 뺨을 가로지르는 검은색 줄무늬때문에 턱끈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날카로운 눈매는 마치 ‘실눈’을 뜬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주요 서식지는 남극 반도 북부와 아남극 지역 주변의 섬들이다. 현재 가장 많이 관측되는 곳은 사우스오크니 제도(South Orkney Islands)다. 일반적으로 펭귄이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개체군은 안정적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남극 지역 내 서식 중인 턱끈펭귄은 약 800만 마리다.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위치한 서남극 킹조지섬 바톤반도도 턱끈펭귄의 주요 서식지 중 하나다. 취재팀이 기지에 체류하는 동안 해안가에선 거의 매일 턱끈펭귄을 볼 수 있었다. 4~5마리 정도의 턱끈펭귄들은 기지 앞 해변에 누워서 자거나 물장구를 치면서 놀곤 했다. 이런 모습들은 마치 유치원 학예회에서 턱시도 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달리 턱끈펭귄은 사납기로 유명한 종이다. 세종기지 이웃인 젠투펭귄과 달리 공격성이 매우 높다. 젠투펭귄은 근처에 접근하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거나 도망가곤 했다. 반면 턱끈펭귄은 특유의 고성을 내지르며 부리로 쪼기 위해 달려들기도 했다.
세종기지 하계연구대 야생동물팀의 이혁재 연구원은 “미디어에서는 펭귄의 귀엽고 착한 모습만 볼 수 있지만 생각보다 사납다”며 “특히 턱끈펭귄은 연구자들이 가장 긴장하는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턱끈펭귄의 주 먹이는 ‘크릴새우’다. 전체 식단의 50~9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먹이군이다. 특히 번식기가 다가오면 크릴새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영양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새끼에게 먹일 먹이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외엔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 등 두족류(척추 구조가 없는 무척추동물)를 사냥한다.
김지희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연수연구원은 “턱끈펭귄은 상위 포식자이면서 개체군 숫자가 안정적이라 중요한 남극의 생태 지표종”이라며 “턱끈펭귄의 먹이군, 번식 등을 연구하는 것은 남극 지역의 생태계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