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끈펭귄②] 엄마 펭귄은 4초씩 쪽잠을 잔다
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날카로운 눈매와 까칠한 성격은 턱끈펭귄의 주요한 특징이다. 하지만 새끼를 품을 때 만큼은 그 어떤 펭귄들보다 다정하다. 쪽잠을 자며 혹독한 남극의 환경에서 스쿠아, 자이언트패트럴 등 포식자로부터 용감하게 자신의 새끼를 지킨다. 이처럼 사나운 성격 뒤에 숨은 따뜻한 모성애는 턱끈펭귄을 더욱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 모성애 가득한 턱끈펭귄, 잠자는 시간은 ‘4초’
2024년 12월 25일,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하계대연구원들과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No. 171 나레브스키 포인트’로 향했다.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이곳은 여러 종의 펭귄들이 무리를 이루고 사는 곳이다. 때문에 일명 ‘펭귄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턱끈펭귄은 이 펭귄마을의 터줏대감이다. 하계연구대 동물모니터링팀의 남현영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이곳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은 약 2,500쌍이다. 남극의 여름인 10월부터 따뜻한 펭귄마을을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펭귄마을의 턱끈펭귄들은 보통 10월 중순부터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자갈과 깃털, 이끼 등을 모아 둥근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이웃인 젠투펭귄도 함께 이곳에 둥지를 짓는데 턱끈펭귄보다 몇 주 정도 먼저 시작한다. 때문에 가끔은 턱끈펭귄이 젠투펭귄이 만들어 놓은 둥지를 빼앗는 일도 있다.
둥지가 완성되면 턱끈펭귄은 보통 2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계란 크기 정도이며 무늬는 메추리알처럼 얼룩점이 박혀있다. 부화 기간은 약 33~35일 정도다. 부화시기는 보통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다. 지난해에는 12월 20일부터 부화를 시작해 예년보다 조금 빨라졌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시기가 되면 턱끈펭귄 부모는 매우 민감해진다. 주변 사냥꾼들의 공격이 거세질 시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남극도둑갈매기(스쿠아, Skua)는 턱끈펭귄새끼들의 천적이다. 날카로운 부리와 두 마리씩 짝을 이룬 협동사냥은 턱끈펭귄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척박한 환경에서 새끼를 지키기 위해 턱끈펭귄 부모는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팀과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 연구센터 연구팀은 2023년 킹조지섬의 턱끈펭구니 14마리에 뇌파측정기(EEG), GPS 등을 부착해 생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턱끈펭귄의 수면 지속시간은 4초에 불과했다. 대신 하루에 1만번 이상 반복돼 총 수면시간은 11시간 정도로 나타났다. 둥지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4초씩 잠을 쪼개서 자면서 포식자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새끼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재팀이 턱끈펭귄 새끼를 촬영하고 있을 때 스쿠아 부부의 공격이 시작됐다. 남편 펭귄이 사냥을 나선 사이, 보안이 약해진 둥지를 노린 것이다. 어미 펭귄은 스쿠아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하지만 등 뒤에서 쪼아대는 스쿠아의 공격에 빈틈을 보였다. 그 순간 다른 스쿠아가 새끼 한 마리를 낚아챘다.
어미 펭귄은 비통한 울음소리를 냈지만 새끼를 구할 수는 없었다. 남은 새끼 한 마리라도 지키기 위해 둥지를 비울 순 없었다. 자연의 섭리였지만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사냥에 성공한 스쿠아 부부는 턱끈펭귄의 새끼를 물고 자신의 둥지를 향해 날아갔다.
세종기지 하계연구대 야생동물팀의 이혁재 연구원은 “갓 태어난 새끼가 스쿠아에게 사냥당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며 “하지만 어미 턱끈펭귄의 용감한 방어때문에 사실 스쿠아들의 사냥 성공 확률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