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끈펭귄③] 따뜻한 남극, 열받은 턱끈펭귄
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기후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남극도 이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다. 녹아내리는 빙하, 뜨거워진 날씨는 남극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킹조지섬의 터줏대감인 ‘턱끈펭귄’들은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히 반응하는 종이다.
◇ 예민한 턱끈펭귄, 기후변화에 취약
2024년 12월 방문한 킹조지섬 ‘남극특별보호구역(ASPA) No. 171 나레브스키 포인트’의 ‘펭귄마을’. 극한의 추위로 잘 알려진 남극이지만 여름이라 영상 기온으로 쌀쌀한 정도였다. 때문에 펭귄마을은 남극 이끼들이 넓게 퍼져 마치 녹색의 잔디밭처럼 보였다. 펭귄과 갈매기 등 남극동물들도 약한 추위에 활발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 평온한 광경을 바라보는 하계대 연구원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예년보다 턱끈펭귄의 산란·부화시기가 크게 빨라지면서다. 일반적으로 턱끈펭귄의 알은 부화가 보통 12월 말부터 1월 초에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부터 부화를 시작했다. 기존보다 최소 1주일 빨라졌다. 즉, 남극의 여름이 기존보다 앞당겨졌다는 의미다.
부화시기가 빨라진 이유는 평소보다 턱끈펭귄들이 일찍 펭귄마을에 왔기 때문이다. 턱끈펭귄은 눈이 있는 곳에 둥지를 만드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눈이 녹기 전 10월부터 펭귄마을에 와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그런데 날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펭귄들이 펭귄마을을 찾고 알을 낳은 것이다.
세종기지 하계대 연구팀의 남현영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래 턱끈펭귄은 12월 말부터 새끼가 부화했는데 최근엔 12월 초에 부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동물들의 생태 변동은 50에서 100년 정도 주기로 분석을 해야 하지만 최근엔 10년만에도 큰 변화 추이가 등장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실제 턱끈펭귄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과학아카데미(PAS) 남극생물학과 연구팀은 지난 30년간 킹조지섬과 남극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에 있는 두 개의 턱끈펭귄 서식지를 관측했다. 그 결과, 관측 기간 번식 개체군의 84%와 4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주요 먹이군인 크릴새우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청소년기 턱끈펭귄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남현영 책임연구원은 “턱끈펭귄의 특징인 사나운 성격은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이는 기후변화, 인간의 개입으로 바뀐 남극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무던한 성격의 젠투펭귄이 적응에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 박설민 기자, 김두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