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남해 현장을 가다③] 바다의 경고… 거제가 찾은 해답

2025-07-14     김두완 기자

기후변화는 현실이 됐다.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바다는 어장을 사라지게 했고 양식장을 무너뜨렸다. 수백 년 이어온 어촌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달궈지는 바다에 쿨하게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사라지는 어장을 쫒아 먼바다 또는 심해로 나가고, 흔들리는 생태 환경에 맞춰 양식법을 바꾸는 어민들. 기후변화 속에서도 바다를 지키려는 이들의 삶에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의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경남 거제시는 지난해 고수온 현상에 따른 피해를 경험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책 마련의 일환으로 개체굴 양식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시사위크|거제·통영=김두완·박설민·정소현 기자  연일 폭염이다. 지난 8일 서울 낮 기온이 37.7도까지 치솟았다. 7월 상순 기준으로는 117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다.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기후변화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땅보다 먼저 뜨거워진 곳이 있다. 바로 바다다. 지난해 한국 바다는 관측 사상 가장 심각한 고수온 현상을 겪었다. 57년간 관측한 이래 가장 뜨거운 바다였다.

이런 급격한 기후변화는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민들에게 절망을 안겼다. 특히 수산물 양식장은 집단 폐사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렇게 뜨거워진 바다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남 거제시청의 스마트양식팀과 지역 어민들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맞서고 있는 경남 거제를 찾았다.

◇ 개체굴로 고수온에 맞선 거제

거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경상남도 남해안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 수산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굴 양식이 발달해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바다의 고수온 현상은 거제에 큰 타격을 안겼다. 굴, 멍게, 전복 등 양식 어종의 폐사가 잇따랐다.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 거제 앞바다의 표층 수온은 8℃ 이상 급격한 상승을 보였다. 갑자기 상승한 바다 수온은 28℃ 이상 고수온 상태를 유지하는 상황이 약 한 달 정도 지속됐고 어민들에게는 큰 피해를 안겨줬다. 당시 거제지역 양식어류 피해신고는 46어가에 달했다. 조피볼락, 넙치 등 2,462만 미가 폐사하면서 피해액은 38억9,600만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7월부터 9월 사이 거제 앞바다의 표층 수온은 8℃ 이상 급격한 상승을 보이며 고수온 현상을 일으켰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절망의 순간 거제시는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고수온에 적응 가능한 양식 품종과 기술개발에 눈을 돌렸다. 유관기관과 협업을 준비했고 시범사업을 수행할 참여 어민을 찾았다. 이들이 선택한 품종은 ‘개체굴’이다.

‘개체굴’은 굴을 낱개로 키워서 수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굴 양식은 여러 마리의 굴이 함께 자라는데 ‘개체굴’은 굴 종패를 하나씩 분리해 양성한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키운 굴은 모양이 예쁘고 크기가 균일하며, 맛과 식감이 좋은 장점이 있다. 또 껍질째 유통이 가능해 수출에도 유리하다.

굴은 단백질, 아연, 오메가-3 등이 함유돼 있어 영양가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때문에 소비가 많은 수출 유망식품 중 하나다. 하지만 1969년 수하식 양식기술 도입 이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정체하며 고수온 취약 문제까지 겹쳐 굴 양식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체굴’은 굴을 낱개로 키워서 수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키운 굴은 모양이 예쁘고 크기가 균일하며, 맛과 식감이 좋은 장점이 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지난 3일 거제 앞바다 현장에서 만난 변광용 거제시장도 기후변화에 대한 수산분야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렸다. 변광용 시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은 바다 수온 문제가 심각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비를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설명했다.

거제시청 수산과 스마트양식팀이 따르면 거제의 개체굴 시범 사업은 바스켓 양식 방법이다. △양식 기간이 타 방식에 비해 최대 8개월 정도 짧은 점 △Kg당 부가가치가 높은 점 △위생관리에 용이 한 점 등이 장점이다.

거제 앞바다에서 만난 변광용 거제시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지금은 바다 수온 문제가 심각하며 어려움이 크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그리고 무엇보다 바스켓 양식에서 자라는 개체굴은 수온 변화에 비교적 강하다. 수온 변화에 따른 폐사 피해가 일반 굴 양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초기 시설 투자가 높아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에서 사업자와 거제시가 서로 협업하며 실험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제에서 개체굴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엄성 대표는 “지난해 고수온으로 인해 50% 정도 굴이 폐사가 일어났다”며 “하지만 바스켓 양식은 자연 폐사 외에는 폐사가 없다. 산소 부족이나 고수온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 쥐치 양식, 미래 먹거리를 향한 도전

‘개체굴’에 이어 거제시가 도전장을 내민 또 하나의 품종은 ‘쥐치’다. 쥐치는 수온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질병에 잘 견디는 어종에 속한다. 따라서 폐사율이 낮고 성장 속도가 빨라 기후변화 대응형 양식 어종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쥐치는 그물에 부착된 이물질을 뜯어 먹고 자라기 때문에 양식장 관리에도 유리하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거제시는 기후변화 대응에 일환으로 개체굴과 쥐치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범사업 단계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거제에서 쥐치 해상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박정근 대표는 "쥐치종은 고수온에 잘 버티기 때문에 향후 수산업의 주요 어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사실 경남을 대표하는 어종은 본래 ‘조피볼락’이었다. 하지만 조피볼락은 고수온에 취약해 매년 대량 폐사가 발생했다. 이에 비해 쥐치는 고수온에 잘 살아남았고 거제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쥐치를 양식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돼 있어 연중 생산 출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거제시 수산과 스마트양식팀은 “소비자 친화적인 양식품종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소비촉진 측면에서 취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쥐치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만난 박정근 대표는 “요즘 기후변화로 해수온이 예전보다 많이 상승해 쥐치들의 이동경로가 바뀌었는지 바다에서 직접 잡기는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쥐치종 자체는 고수온에서도 잘 버티는 종이라 양식 쪽 쥐치가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 수산업의 주요 어자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쥐치가 양식되고 있는 모습.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쥐치는 1970년대 흔히 접했던 어종이다. 쥐포라고 말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쥐포는 짭잘한 맛과 함께 감칠맛,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대표 국민 간식이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해 고급 생선이 됐다. 쥐치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뼈 건강과 소화에도 좋은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이로운 생선이다. 따라서 거제의 이 시범 사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건강에 이로운 취지를 밥상에서 쉽게 만나게 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바다는 이미 변화했고 수온 상승으로 어민은 생존을 걸고 맞서고 있다. 변화는 두려움을 낳는다. 하지만 거제는 두려움보다 도전으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민의 열정과 행정의 도전이 기후변화 시대에도 수산업이 살아남고, 나아가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씨앗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시사위크 취재팀’은 7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가 거제시·멍게수하식수협·국립수산과학원·한국수산자원공단와 함께 진행한 ‘기후위기와 해양 수산 현장 탐방’ 전문연수에 참가해 기후위기로 인한 거제·통영 어민들의 피해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방안 모색 현황을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