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버티기 역공… 내란 특검의 돌파구는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난공불락이던 내란 특검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잽’을 날렸다. ‘버티기’ 역공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구속된 이후 건강상 이유를 들며 내란 특검팀의 출석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나섰다. 구속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다. 법조계에서는 조사 거부로 일관해 내란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법 기술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속도전을 펼치며 윤 전 대통령을 외통수로 몰았던 내란 특검팀은 이제 어떤 수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다시 시험대에 섰다.
◇ 특검 강제구인 vs 尹 버티기 법 기술
10일 재수감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특검팀의 조사 요구에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수용실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내란 특검팀은 서울구치소로 인치 지휘 공문을 보냈지만 교정당국은 “전직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강제구인이 무산됐다.
15일 내란 특검팀은 교정당국을 상대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교정당국의 소극적 집행으로 인해 강제 구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팀은 다시 16일 오후 2시까지 윤 전 대통령을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고검 조사실로 데려오라고 서울구치소 측에 인치 명령을 내렸다. 3차 강제구인 시도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이다. 전직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우려된다. 내란 특검팀이 강제 구인을 실행하면 ‘과잉 수사’라는 역공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수 싸움이 다시 시작된 모양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도 현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2018년 구속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세 차례 방문 조사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물리력을 쓰지 않고 그대로 기소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선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대입해 방어 프레임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태도를 단순한 건강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란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피해자 코스프레’ 전략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내란 수사 자체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일각에서는 버티기로 조사를 무력화시켜 특검팀의 기소를 ‘절차적 흠결’로 포장하려는 정교한 법적·정치적 계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은 16일 3차 강제구인을 시도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끝까지 출석을 거부할 경우, 특검팀은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조사는 반드시 필요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내란과 외환 혐의처럼 헌정질서 파괴를 다투는 중대 사건에서 수사 절차의 완결성과 설득력은 그 자체로 사법적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토대다.
조사 없는 기소가 이뤄진다면, 윤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기소됐다”는 주장을 꺼내들며 여론전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피의자가 자신의 유리한 진술을 포함해 수사기관에 알리는 기회를 윤 전 대통령 스스로 포기했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2021년 9월 대선주자였던 윤 전 대통령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대통령이 되면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질문에 “숨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나와서,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