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부부의 청양 귀농 실전노트(55)] 가뭄·폭우·폭염… 날씨가 왜 이래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해가 갈수록 날씨가 너무 심각하다. 우리는 처음에 노지(시설 없는 땅)농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절대 추천할 수 없다. 귀농 초기에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지만, 농업을 더 알게 되고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하우스농사가 아니면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다. 하우스농사를 하면 차광막이라도 치면서 일을 할 수 있는데, 차광막 없이 맨땅에서 농사를 짓는 건 이제는 안 될 거 같다.
7월 초엔 비가 너무 안 왔다. 우리는 집 바로 옆에 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서 그곳에서 물을 받아 작물에 주고 있는데, 계곡물이 점점 말라 물을 받을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과거에 쓰던 지하수를 활용하는 임시방편으로 큰 문제없이 해결됐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계곡 주변이 다 무너졌다. 우리가 계곡물을 받던 모터펌프도 휩쓸려 내려갈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렇게 많은 비가 한 번에 왔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변 산들이 무너지기도 하고 논둑도 무너지는 등 무서웠다. 다행히 며칠 뒤 굴삭기가 와서 복구작업을 해주고 갔다. 이렇게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꼭 면사무소에 연락해야 한다.
올해 초 폭설로 하우스가 무너지고 새롭게 지으면서 나름 준비를 해둬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우리도 피해를 입었다. 비가 오고 나서 하우스를 가면 늦는다. 그래서 비가 한창 올 때 우비를 입고 이곳저곳 살펴봤다. 하우스 한 동에 물이 차오르고 있어서 배수로를 다시 정비하고 삽으로 팠더니 다행히 물이 빠졌다. 2시간 정도 비를 맞으면서 위험한 쪽을 정비했더니 큰 피해는 없었다. 비가 오기 전에 배수로를 정비해도 막상 비가 오면 배수로가 막힐 수 있으니 꼭 한 번씩 나가서 확인하고 정비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게 웬걸. 비가 그친 뒤 정비를 다 마치고 이상 없는 것도 확인했는데 다음날 농작물 관리를 위해 하우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하우스 비닐이 찢어져 있었던 거다. 아내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은 지 3개월도 안된 하우스가 찢어졌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이곳저곳 살펴봤다. 우리 집은 골바람이 부는 곳이라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이 불면서 비닐이 들리고 집혀서 찢어진 거 같았다.
하우스 시공업자에게 연락을 하니 다 바꾸려면 200만원 정도 든다며 부분만 고쳐서 쓰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폭우가 왔을 때 면사무소에서 피해 입은 것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문자가 왔었다. 그래서 연락을 했는데 비닐 찢어진 건 포함이 안 된다며 지원이 없다고 했다. 물에 잠기거나, 하우스가 무너지거나, 주변에 배수로가 다 막히는 등의 큰 피해가 아닌 소소한 피해는 지원을 안 해 주는 거 같았다.
그래서 농사를 지을 땐 꼭 풍수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인 예산군이 이번 폭우로 정말 큰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풍수해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봤다. 아무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건 한계가 있다. 최소한의 복구라 보면 된다. 풍수해보험은 보장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보험료 지원을 70~90%까지 받을 수 있어 비용도 저렴하다. 의무보험은 아니어서 우리도 모르고 있었다가 2년 전에 처음 알게 돼 그때부턴 무조건 가입하고 있다.
이번에도 보험사에 연락을 했고, 직원이 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갔다. 이후 약정을 알려주면 80만원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올해는 그냥 임시방편으로 부분만 고치고, 내년에 하우스비닐 반 보조를 받아서 고치면 우리 돈은 약 20만원 정도 밖에 안 들어간다.
이렇게 가뭄 뒤에 폭우가 내리더니 이제는 엄청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낮에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위험한 날씨라서 새벽에 일을 하고, 다시 저녁 6시 이후부터 안보일 때까지 일을 한다. 참고로 올해부터는 고추농사를 포기했다. 고추농사를 6년 동안 지었는데 구기자 하나만 하기로 했고, 그나마 편해졌다. 왜 한 작물만 하라고 하는지도 알 것 같다. 한 작물만 해야 일하는 사이클이 맞아서 쉴 때 한 번에 쉬고 일할 때 한 번에 일하니 좋다.
시골에서 여름은 체력관리를 정말 잘 해야 한다. 이렇게 더울 땐 차를 타고 밖에 놀러나가는 것도 체력소모가 심하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순 없으니 우리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헬스장을 간다. 지난해 연간회원권을 끊어서 헬스장을 다녔는데, 수확철에는 전혀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5개월 정도는 가지 못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더니 우리가 다니던 헬스장에서 1분 거리에 무료 헬스장이 있었다. 시골의 무료 헬스장이면 시설이 안 좋을 거라 생각해 별 기대 없이 가봤는데, 깜짝 놀랐다. 우리가 다니던 헬스장보다 크기는 작아도 시설은 더 좋았다. 이곳은 2023년에 군민들을 위해 지어진 시설로 수용장은 유료로, 헬스장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또 청양엔 다양한 물건들을 빌려주는 사업이 있다. 운동기구나 캠핑용품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같은 게임기도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준다. 이번에 처음 빌려봤는데, 플레이스테이션5 기준으로 5일에 5,000원이었다. 한 번 빌리면 심심할 틈 없이 집에서 놀 수 있고 대부분 하루 1,000~2,000원 밖에 들지 않아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최근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았다, 우리는 소멸위기지역에 살고 있어서 5만원을 더 받아 2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로마트나 농자재센터 등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쓸 수 없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시골에서 가장 큰 마트는 하나로마트다, 그래서 대부분 장보기 가장 편한 하나로마트나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자재센터를 이용한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면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마트와 농자재 판매점도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쿠폰이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개인사업장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 20만원이든 50만원이든 한 번에 쓰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마트가 멀고 집주변에 쓸 곳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번화가에서 떨어진 지역에 살아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일 텐데, 그러면 보일러 기름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보일러 기름을 꽉 채우면 50만원~100만원까지도 쓴다. 겨울에 두 달 정도면 50만원 정도 들기 때문에 미리 기름을 채워 넣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번에 우리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으로 전기료 등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는 크레딧 50만원과 택배비 지원 명목의 30만원을 받게 됐다. 이런 쏠쏠한 지원을 받기 위해 농업을 하는 사람들도 꼭 사업자등록을 하는 걸 추천한다. 또 이런 소상공인 혜택 정보는 문자로 오는 게 아니라 뉴스를 보다가 알게 된 것이니 혹시나 못 받은 사람들은 꼭 받길 바란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