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리포트] 윤리적 딜레마, 남겨진 질문

2025-09-04     이영실 기자
영화 ‘살인자 리포트’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기자님께서 인터뷰에 응하면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특종에 목마른 위기에 기자 백선주(조여정 분)에게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정성일 분)이 새로운 살인 예고와 함께 인터뷰 요청을 한다.

고민 끝에 선주는 호텔 스위트 룸에서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고 그의 살인 동기가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고백을 듣게 된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무언가 잘못됨을 느끼고 도망가려던 선주는 지금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살해될 것이라는 영훈의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는데…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채비’, 일본에서 메가 히트한 동명의 작품을 가장 한국적인 감성으로 완성한 ‘태양의 노래’ 등을 연출한 조영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우선 연쇄살인범과의 일대일 밀착 인터뷰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특종을 위해 인터뷰에 응한 기자와 속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범, 인터뷰가 깊어질수록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 싸움이 이어지고 질문을 하는 사람과 질문을 받는 사람의 경계,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흥미를 자극한다. 

호연을 펼친 조여정(왼쪽 위)와 정성일(왼쪽 아래). /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특히 후반부 드러나는 반전은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재미를 넘어 생각할 법한 질문을 던지며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비로소 마주한 진실, 뒤바뀐 상황 속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인물의 딜레마가 씁쓸한 공감을 안기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진실에 가닿기 전까지는 다소 힘이 부족하다. 대화 중심의 전개가 반복되면서 지루함을 유발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유지해 줄 장치가 부족해 흡입력이 약하다. 중간중간 플래시백의 활용이나 조명과 분위기의 변화를 주며 변주를 꾀하지만 단조로움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기자 백선주를 연기한 조여정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피폐해지는 선주의 다양하고 격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빚어내고 정신과 의사이자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영훈 역을 맡은 정성일도 정신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연쇄살인범인 영훈의 양면성을 날카롭게 표현한다.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은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이다. 

조영준 감독은 “밀폐된 공간에 연쇄살인범과 함께 있다면 어떤 공포를 느끼게 될까, 나라면 어떻게 그 공포를 해결해 나갈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기획했다”며 “‘살인자 리포트’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마성의 악몽 같은 작품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공포감과 서스펜스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07분, 오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