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52)] 아침 공복 커피는 몸에 안 좋다?

2025-09-05     박설민 기자
한국 성인이면 누구나 아침에 커피 한 잔씩을 마신다. 하지만 이것이 속쓰림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아침이면 길거리의 수많은 직장인들은 커피를 들고 일터로 향한다. 사람들은 커피의 카페인을 통해 피곤함을 잊기 위해서, 혹은 습관처럼 마신다. 글로벌 데이터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잔이다. 말 그대로 커피는 한국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이를 걱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지나친 커피 소비가 건강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특히 아침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공복 커피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우려처럼 모닝커피는 우리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 빈 속에 모닝커피, 속쓰림과 스트레스 유발

일단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오는 ‘공복 커피의 속쓰림 유발’은 사실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커피에 함유된 몇몇 성분이 빈 속의 위벽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의료기관 ‘베일러 스콧 앤 화이트 헬스(Baylor Scott & White Health)’은 공복에 커피를 마시면 ‘소화 불량’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에 들어있는 ‘클로로겐산’과 ‘구연산’ 등 산 성분이 텅 빈 위장에 들어갈 경우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민감한 사람은 소화기관에 불편함이 유발될 수 있다.

공복 커피는 속쓰림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존재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공복 커피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는 ‘코르티솔’ 호르몬 때문이다. 코르티솔은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외부 자극 등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인체엔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높다. 이때 공복에 커피를 마시게 되면 카페인이 코르티솔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 경우 피곤함을 덜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각성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코르티솔로 인해 스트레스 지수가 늘어나게 된다.

박효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위 점막을 자극하고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며 “공복에 커피를 마시면 과도한 위산 분비가 일어날 수도 있어 속이 쓰리거나 명치가 불편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은 결국 과도한 위산 분비가 발생해 식도로 역류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공복 커피로 위산 분비가 과도하게 발생하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은 결국 과도한 위산 분비가 발생해 식도로 역류하기 때문이다. 즉, 공복의 커피로 위 점막이 자극될 경우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잠 깨려고 마신 커피, 혈당 스파이크 부를 수도

수면 부족으로 잠을 깨기 위해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도 건강에 좋지 않다. 영국 바스대학교 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수면 장애를 겪은 후 아침 식사 전에 커피를 마시면 포도당 내성과 인슐린 민감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29명의 성인을 2개 그룹을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잠을 설치게 한 후 깨어나자마 커피를 마시도록 했다. 반면 다른 한 그룹은 잠을 7시간 이상 푹 잠을 잔 다음, 1시간 이상 지나 커피를 마시도록 했다. 

실험 결과, 잠을 잘 잔 그룹은 커피를 마셔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수면 부족 후 일어나자마자 카페인이 강한 커피를 마실 경우 포도당 내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당 내성은 생체에서 포도당을 얼마나 잘 분해·흡수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내성의 저하는 곧 인슐린 분비 또는 작용의 장애, 길항 호르몬의 과잉을 뜻한다. 반면 수면장애가 있더라도 공복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포도당 내성 저하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면 장애 발생 후 잠을 깨기 위해 공복에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섭취하면 혈당이 약 50% 상승했다”며 “수면 장애를 겪은 밤에는 카페인 커피의 섭취에 주의하고 식후 혈당 변동 증가 가능성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닝커피가 반드시 몸에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툴레인대학교 공중보건과 연구팀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마시는 커피가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모닝커피, 공복만 아니면 심혈관 질환 예방 도움

다만 모닝커피가 반드시 몸에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심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 툴레인대학교 공중보건과 연구팀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에 마시는 커피가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툴레인대 연구팀은 성인 4만725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36%는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6%로 나타났다. 나머지 48%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이때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보다 전체 사망률이 약 16% 정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1% 가량 낮았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2잔 이상만 마시면 사망률 감소에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적정 커피 섭취량인 2~3잔을 마시는 실험자와 3잔 이상을 마시는 실험자와 사망률 감소엔 차이가 거의 없었다. 즉, 얼마나 커피를 마시냐보다는 언제 마시냐가 건강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만 1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은 위험 감소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루 치 교수는“모닝커피가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낮추는 이유 자체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아침에 마시는 모닝커피는 심혈관 건강을 좋게 만들어주고 사망 위험도도 낮춰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오후나 저녁 늦게 마시는 커피는 생체리듬, 멜라토닌 분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것은 오히려 염증과 혈압 문제, 심혈관 위험 요소를 오히려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복의 모닝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건강에 큰 악영향 받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사람마다 카페인 민감도, 장내 미생물 등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뉴시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복의 모닝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건강에 큰 악영향 받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사람마다 카페인 민감도, 장내 미생물 등 건강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의학적 소견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박효진 교수는 “사실 몇 년 동안 특별한 문제 없이 아침 공복에 커피를 마시던 분도 많은데 의학적인 부가 문제는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만약 속이 쓰리다거나 불편한 증상이 있는 분들은 식사 후에 커피를 즐기시는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대중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공복에 커피를 마실 경우엔 위 자극, 스트레스 증가, 혈당 상승 등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모닝커피가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관련 연구 및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진 판단을 유보한다.

※ 최종결론 : 판단 유보

 

근거자료 및 출처
The effect of black coffee on fasting metabolic markers and an abbreviated fat tolerance tes
2021. 01. 19 Current Developments in Nutrition
Coffee and Gastrointestinal Health: A Review (Malaysian Journal of Medicine and Health Science
2019. 04 Malaysian Journal of Medicine and Health Sciences
Glucose control upon waking is unaffected by hourly sleep fragmentation during the night, but is impaired by morning caffeinated coffee
2020. 06 .21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Morning coffee may protect the heart better than all-day coffee drinking
2025. 01. 08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Rise and grind: Can you drink coffee on an empty stomach?
2024. 02. 15 Baylor Scott & White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