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53)] 한국기업이 아닌 기업, 진짜일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국기업이 아닌 기업’이라는 제목을 단 이미지 사진이 돌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하며 친숙하게 인식되는 기업들이 사실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이라는 주장을 담은 내용이다.
◇ 친숙한 한국 브랜드… 사실은 외국계다?
해당 이미지 게시물에는 △쿠팡(미국) △카스(벨기에) △배달의 민족(독일) △아가방(중국) △금호타이어(중국) △린나이(일본) △잡코리아(홍콩) △나무위키(파라과이) △유한킴벌리(미국) 등 9개 기업이 나열됐다. 회사명에는 각각 나라명이 함께 기재돼 있다. 게시글 댓글엔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나열된 기업들은 모두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기업 및 브랜드다. 한국에서 설립돼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해오고 있거나 최근 십수년간 한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곳이다.
그렇다면 해당 이미지에 적시된 내용은 사실일까.
통상 외국계 회사는 해외 기업이 자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에 다양한 형태로 진출한 경우를 뜻한다.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한국 회사와 함께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사무소 형태로 진출한 것이 일례다.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기업은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 등이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1억원이상 투자해 의결권 있는 지분 10% 이상을 취득한 경우로 정의된다.
해당 이미지 게시물에 나열된 기업을 살펴보면 회사의 대주주가 해외에 본사에 두고 있거나, 해외 자본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사례들이 포함됐다. 인수합병(M&A)을 거쳐 대주주가 외국계로 교체된 곳이 주를 이뤘으며, 합작 법인도 일부 있었다.
먼저,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주)쿠팡의 경우, 모회사가 미국에 본사를 둔 ‘Coupang, Inc.’다. ‘쿠팡, 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 등록이 돼 있다. 즉,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은 ‘Coupang, Inc.’의 자회사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쿠팡이 아닌, 미국 모기업인 ‘Coupang, Inc.’다.
쿠팡은 재미교포인 김범석 의장이 2010년 창업했으며, 글로벌 투자자금을 토대로 국내 사업을 확장해왔다. 한국법인인 (주)쿠팡은 2013년 10월 Coupang, Inc.로부터 한국지점의 주요 자산과 부채를 현물출자 받아 법인으로 전환됐다.
카스(운영법인 오비맥주), 배달의 민족(우아한형제들), 아가방(아가방앤컴퍼니), 금호타이어, 잡코리아 등은 한국에서 설립된 토종 기업이었으나 M&A를 거쳐 해외 기업이나 자본에 매각된 케이스다.
오비맥주는 1998년 벨기에 맥주기업인 인터브루사(현 AB인베브)에 매각됐다. AB인베브는 두산그룹으로부터 오비맥주의 지분 50%(경영권 포함)를 인수한 뒤, 2001년 잔여 지분을 인수해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이후 AB인베브는 글로벌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겼다가 2014년 다시 되찾아왔다.
현재 오비맥주의 지분 100%는 ‘Budweiser Brewing (Korea Holdings) Limited’가 보유 중이다. ‘Budweiser Brewing (Korea Holdings) Limited’는 AB인베브의 아시아 법인이다.
◇ M&A로 바뀐 소유주… 합작법인 형태도 존재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김봉진 창업자가 설립한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으로, 2019년 12월 독일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로 매각됐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99.98%는 ‘Woowa DH Asia Pte. Ltd.’가 보유 중이다. ‘Woowa DH Asia Pte. Ltd.’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이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법인이다.
유아복 전문 브랜드 ‘아가방’을 운영하는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패션그룹인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현재 회사의 지분 26.5%는 랑시그룹의 한국 법인인 랑시코리아가 보유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 경영난을 겪다가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그룹에 팔렸다. 현재 금호타이어 지분 45%는 더블스타그룹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2018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싱웨이코리아가 갖고 있다.
국내 최대 취업 정보 플랫폼인 잡코리아는 김승남 조은시스템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이후 회사의 대주주는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쳤다. 2021년경엔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H&Q코리아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해 현재까지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이미지 게시물엔 잡코리아가 홍콩계 자본 소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매각 당시, 잡코리아 측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홍콩계’가 아닌 ‘북미 글로벌 사모펀드’라고 소개했다. 영국 케이맨제도에 소재를 두고 있으며,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투자기관의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린나이와 유한킴벌리는 합작 법인 형태로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딘 케이스다. 이 중 린나이를 운영하는 린나이코리아는 1974년 한국의 강성모 전 회장과 일본 린나이 측의 합작 투자 형태로 세워졌다. 다만 2009년 이후 강 전 회장 측이 지분을 넘기면서 현재는 일본 린나이의 자회사가 됐다. 현재 회사 지분 100%는 일본 ‘Rinnai Corporation(97.37%)’과 ‘Rinnai Holdings(Pacific) Pte Ltd.(2.3%)’가 보유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한국의 유한양행과 미국의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가 합작해 1970년에 설립한 위생용품 제조사다. 이 기업은 현재도 합작사 형태를 유지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헝가리법인인 ‘Kimberly-Clark Trading LLC.’ 70%, 유한양행이 30%를 소유하고 있다.
나무위키는 이들 기업과는 다른, 해외 사업자로 분류된다. 한국어 위키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무위키의 운영 본사는 파라과이에 있다. 서버도 파라과이에 있다.
2016년 나무위키의 초기 설립자 ‘namu’는 나무위키의 운영권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본사를 둔 유한책임회사 ‘umanle S.R.L.’에 넘긴 바 있다. 이에 나무위키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파라과이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국내법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 나무위키 제외하고 모두 한국법인… 주 사업무대 한국, 국적 따지기 모호
반면, △쿠팡 △카스 △배달의 민족 △아가방 △금호타이어 △린나이 △잡코리아 △유한킴벌리 등 8개 브랜드 기업은 지배구조상 해외 자본 및 외국 기업이 소유한 기업이라는 점은 맞지만, 국내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모회사와는 별개의 한국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본사도 한국에 위치한다.
이러한 외국인투자기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기업과 해외 자본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시장 진출이나 M&A, 투자는 확대돼왔다. 외국 자본이 투입된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유 주주를 기준으로 특정 나라 기업이라고 따지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글로벌 사모펀드는 여러 국가 투자자 및 기관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투자를 단행한다. 이 때문에 투자 자본 흐름을 명쾌하기 알기 어렵고, 특정 나라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 특정 나라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경우도 있다. 합작법인의 경우, 지분구조와 실질적인 경영 주체, 사업방식에 따라 기업의 정체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 확산 흐름 속에서 소유 주주 기준으로만 특정 나라 기업이라고 따지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며 “주 사업 비즈니스가 어디에서 펼쳐지는지, 현지 사업 정체성이 유지되는지, 얼마나 현지에 재투자가 이뤄지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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