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 대통령실, ‘조희대 거취’ 선 그은 까닭

2025-09-16     전두성 기자
대통령실이 16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거취에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사진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과 강유정 대변인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거취에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이른바 ‘원칙적 공감’ 발언으로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확대 해석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강 대변인의 발언을 고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의 탄핵까지 검토하겠다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성까지 잃은 건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강유정 ‘공감’ 발언 수습 나선 대통령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으로 대통령실이 여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전날(15일) 브리핑에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한편으론 임명된 권한으로선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의 브리핑 후 대통령실이 여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그러자 강 대변인은 약 1시간 20분 뒤 다시 브리핑을 열고 “브리핑 취지를 오독한 것에 대해 다시 설명드리고자 한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앞서 브리핑에서)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입장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명 권력은) 선출된 권력의 얘기는 일단 귀담아듣고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왜 이런 요구가 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칙적 공감’ 발언에 대해 “삼권분립과 선출된 권력에 대한 존중감, 여기에 대한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에 대해 “사법개혁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수습에 나섰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법개혁에 대해선 “사법부의 일련의 판결 및 재판 진행 상황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통령실도 동의하고 있다”며 “이는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을 고리로 총공세에 나섰다. 사진은 장동혁 대표 등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파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대통령 탄핵’ 검토한다는 국민의힘… 민주당 “이성까지 잃었나”

이러한 대통령실의 수습에도 국민의힘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강 대변인 발언을 고리로 이 대통령의 비판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무너트리려는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에 대해 대통령마저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실 대변인마저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며 민주당의 사법 장악 시도에 동조했다”며 “민주당이 사법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고 대통령실이 그에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모두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직격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탄핵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강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탄핵까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 발언을 유추하면 대통령이 직접 조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자, 민주당은 “정권을 잃자, 이성까지 잃은 건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탄핵 검토는) 명백한 정치 선동이며 민주주의를 인질 삼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불과 3년 만에 엉망진창으로 무너뜨린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국민과 함께 사력을 다하며 이제 임기 시작 갓 100일을 넘긴 대통령에게 할 말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헌법적 절차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경시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국회의 품격을 한없이 추락시킬 뿐”이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국정 책임은커녕, 제1야당으로서의 자격조차 없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