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마니’ vs ‘냄새난다’… 점점 거칠어지는 정치권의 ‘입’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최근 정치권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여야가 건설적인 비판을 넘어 ‘똘마니’, ‘쓰레기’,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 등 격한 단어를 써가며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구 장외집회에서 정부·여당을 향한 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심화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집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비난했는데, 이에 정 대표도 장 대표를 향해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어디다 대고 입으로 오물배설인가.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며 맞받았다.
이러한 원색적 비방전을 두고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투쟁만 남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힌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극한 대치 상황을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권력구조 개편’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 또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 ‘투쟁’만 남은 정치권, 풀기도 쉽지 않다
그간 정치권의 공방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여야의 발언을 살펴보면 비판을 넘어 원색적 비방전이 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의 대구 장외집회를 둘러싼 여야의 비방전이다.
전날(21일) 국민의힘은 대구 동대구역에서 ‘야당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을 향한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한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이 인민독재로 달려가고 있다”며 “거기에 방해가 되면 야당도 죽이고, 검찰도 죽이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이제 하다 하다 대법원장을 제거하겠다며 쓰레기 같은 정치공작까지 감행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 장 대표는 정 대표를 향해 “하이에나 뒤에 숨어서, 음흉한 표정으로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며 “반헌법적인 정치테러집단의 수괴”라고 비난했다.
장 대표의 ‘똘마니’ 발언에 정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장동혁, 그 입 다물라. 똘마니 눈에는 똘마니로만 보이나”라며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어디다 대고 입으로 오물배설인가. 냄새나니 입이나 닦아라”고 받아쳤다.
정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장외집회를 두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망언이 난무했다”며 “입도 더러워지고 귀도 더러워졌다. 저는 어제(21일) 귀를 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역설적이게도 민주당으로선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며 “국민의힘 최악의, 최약체 지도부 땡큐”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나온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 대표는 “올해는 반드시 지금 멈춰 서 있는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속히 다시 시작되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고, 김민수 최고위원은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며 “12개의 혐의, 5개의 재판,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된다면 당선무효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정책이나 당의 어떤 변화로 판단하는 중도층 입장에선 소구력이 있는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대식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현재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100일 남짓 넘었는데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 데는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대 당을 향한 날 선 비방전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 전면에 게시한 유인물을 떼지 않자 퇴장을 명령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여야 간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추 위원장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이렇게 하시는 것이 윤석열 오빠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여기서 윤석열 얘기가 왜 나오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처럼 여야의 상대 당을 향한 비방전이 격화하자, 정치권에선 ‘투쟁만 남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여야의 거친 발언은)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지금 정치가 없어지고, 투쟁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여야의 모습은 강성 지지층에 발목이 잡힌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상대 당을 향한) 혐오를 확대·재생산해서 그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여야의 극한 대치를 해결할 방법으로 박 평론가는 ‘권력구조 개편’을 제시했다. 영·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한 권력 구조가 개편되면 여야의 극한 대치가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러한 권력구조 개편도 여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