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리펭귄③] 용감한 아델리펭귄도 ‘온난화’는 힘들다
극한의 땅 남극. 그 척박한 환경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항상 지키는 원주민이 있다. 바로 남극의 상징 ‘펭귄’이다. ‘펭귄’ 하면 노란 부리, 검은색 몸통, 하얀 배, 짧은 다리와 날개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펭귄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 멋스러움이 각양각색이다. 시사위크 남극특별취재팀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만난 다양한 펭귄들의 모습과 삶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남극특별취재팀=김두완 기자,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남극=남극특별취재팀 남극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펭귄이다. 그중에서 ‘아델리펭귄(Adélie penguin)’은 가장 개체수가 많은 종이다. 현재 추정되는 개체수는 약 500만마리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아델리펭귄을 ‘최소 관심(LC)’ 등급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매우 건강하게 개체수가 유지되고 있는 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아델리펭귄들의 안정적 삶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 기후변화의 가속화, 미래엔 ‘아델리펭귄’을 볼 수 없다
최근 연구결과들은 아델리펭귄의 미래는 상당히 어둡다. 2016년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연구진은 남극 기후 및 지형 컴퓨터 모델링을 사용, 아델리펭귄 서식지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2060년엔 아델리펭귄 개체수의 3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더 나아가 2099년엔 현재 개체수 대비 6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2000년대 들어 아델리펭귄의 삶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 남극 생태계 연구부팀은 아델리펭귄 개체군의 단기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현재 기후변화 추세가 유지될 시 30년 내 아델리펭귄 개체수가 50% 이상 감소할 확률은 거의 100%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악화되면 동 기간 90% 이상, 사실상 아델리펭귄이 멸종할 확률도 33%나 됐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아델리펭귄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은 ‘빙하’의 융해 때문이다. 남극 빙하는 아델리펭귄의 삶의 터전이다, 새끼를 낳을 번식지이자 먹이활동, 생활 공간, 이동 통로 등 아델리펭귄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랑스 쉬제생물학연구센터(CEBC) 연구팀은 1984년부터 2003년까지 아델리펭귄 개체수와 남극 빙하 해빙 범위 간 연관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아델리펭귄 개체군은 남극 해빙 범위가 감소할 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방진동지수(SOI)’가 높을 때 아델리펭귄 성체의 연간 생존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SOI란 남태평양 지역 열대 기압 차이를 수치화한 지표다. 이 지수가 높으면 ‘라니냐’가, 낮으면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동태평양 수온은 낮아지고 무역풍이 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남극 주변 대기·해류의 패턴이 변화하게 되고 아델리펭귄이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져 겨울 생존이 어려워진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서남극 엔버스섬의 부속도서인 크리스틴섬, 토거슨섬, 험블섬 등 3곳의 번식지에서 아델리펭귄의 번식쌍수가 1993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5,085쌍에서 329쌍으로 급감했다”며 “원인은 해빙 변화 등 다양한 환경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따뜻한 남극, 아델리펭귄의 ‘밥상’도 엎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아델리펭귄들의 먹이 활동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극지연구소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델리펭귄들은 불리해진 사냥 환경에 맞춰 새끼들에게 줄 먹이는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먹을 먹이는 먼 바다까지 나가 사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먹이 환경이 불리해지자 사냥패턴을 바꾼 것이다. 조사 기간 아델리펭귄 남극 로스해 케이프할렛(Cape Hallett)의 해양 생물생산력은 기존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델리펭귄의 주 먹이인 ‘크릴새우’의 번식도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받는다. 크릴새우의 유생은 겨울 동안 해빙 아래 형성되는 규조류를 먹고 성장한다. 그런데 해수온 상승으로 해빙이 녹아버리면 크릴새우 새끼의 생존률이 크게 떨어져 전반적인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아델리펭귄의 먹이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훈 책임연구원은 “아델리펭귄은 크릴의존성이 매우 높은 펭귄일 뿐만 아니라 사냥·이동·휴식에 해빙이 필수이기 때문에 해빙이 없는 지역은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며 “거의 모든 펭귄 종 중 서식지와 취식지의 환경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어 “아델리펭귄은 턱끈펭귄, 젠투펭귄에 비해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라며 “남극반도에서 온난화가 가속되면 우리는 더 이상 이종을 남극반도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