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회의론’, 생성형 AI가 해답될까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PCC’는 제 6차 보고서에서 “대기와 해양, 육지 온난화는 인간 영향에 의한 것은 명백하다”라 표현했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IPCC가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해 불신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는 소규모 음모론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UN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사기극”이라 발언했다. 이후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후변화’, ‘배출’, ‘녹색’, ‘탈탄소’ 등을 금지어로 추가 지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대중들에게 정확히 알릴 수 있는 과학적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후회의론’이 전 세계 기후재난의 위험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때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생성형 AI, 기후음모론 최대 20% 감소 효과
지난달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기후 회의론을 줄이기 위한 생성형 AI 활용의 약속과 한계’라는 주제의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이는 호주 퀸즐랜드주 세인트루시아 퀸즐랜드 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다.
해당 연구 논문의 핵심 주제는 간단하다. ‘챗GPT’ 등 생성형 AI기반 서비스의 활성화가 기후회의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대중 여론에서 기후회의적 반응을 줄이는데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실험에는 총 949명의 각 연령·성별·정치적 지지가 다른 참가자가 참가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기후회의론, 기후변화 대응 지지, 친환경 행동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그 다음, 생성형 AI기반 텍스트 서비스를 사용한 후 변화한 생각을 재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챗GPT4-oTurbo’와 총 3번에 걸쳐 대화했다.
실험 결과, 챗GPT로 짧은 대화를 나눈 기후회의론자들은 3.2% 정도 기후회의론 성향이 감소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 지지자들은 3.1% 오히려 성향이 증가했다. 즉, 생성형 AI서비스가 기후회의론의 영향력은 줄이고 환경보호 성향은 높이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LLM 기반의 생성형 AI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다국어, 개인화된 기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문해력’을 지원할 수 있다”며 “챗GPT와 간단한 대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후회의론자들의 친환경 행동 의도가 작지만 유의미하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초기의 회의적 생각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LLM 기반의 정보 전달 대화가 기후 관련 견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부족하지만 기후변화 음모론을 최대 20% 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일반적인 음모론 개입보다 훨씬 뛰어난 효과로 메시지 출처에 대한 반발을 줄여 기후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생성형 AI의 잘못된 정보, 오히려 ‘역효과’ 부를 수도
다만 생성형 AI가 기후회의론의 만능 답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가 가진 ‘환각 현상(Hallucination)’ 등 문제는 AI기반 기후변화 정보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기후회의론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서 환각현상은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교묘하게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뉴질랜드 국토·환경 연구소(Manaaki Whenua-Landcare Research)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개인화된 인간 모사 △가상 신원 설정 △합성콘텐츠 생성의 3가지 방향으로 기후변화 여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생성형 AI가 가진 장점이지만 동시에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양날의 검’ 같은 기능들이다.
먼저 가상 인간처럼 AI가 기후변화에 대해 대답할 경우, 사람과 같은 말투로 기후회의론자들을 설득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우수한 합성 능력으로 기후변화가 미래 환경에 미칠 경고 메시지 등의 콘텐트를 제작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긍정적 측면에서 생성형 AI가 작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오용될 경우, 기후변화 음모론을 가속화할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정보, 가짜 전문가 신분으로 위장한 AI를 이용할 경우, 대중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합성콘텐츠 역시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는 AI처럼 거짓 정보 유포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 시각 원인은 단순 정보 전달 부족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언어과학부 연구팀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를 통해 기후회의론은 단일한 현상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연구팀은 “기후회의론은 기후변화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 기후변화는 존재하지만 과장됐다고 믿는 사람 등 여러 개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이라며 “ 따라서 단순히 ‘생성형 AI를 통한 기후변화 알리기’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고, 정확한 과학적 사실 기반의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