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공유 없이 병원·은행 사용 가능한 AI 등장
KAIST, 합성데이터 기반 ‘연합학습 AI’ 모델 고안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환자 진료기록이나 금융 데이터와 같은 개인정보는 인공지능(AI) 성능 향상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보안문제와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I 최적화 과정에서 특정 기관 데이터만 과도하게 적응해 새로운 데이터에는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국내 연구진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찬영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연합학습의 고질적인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AI 모델의 일반화(Generalization)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새로운 학습 방법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합학습은 여러 기관이 데이터를 직접 주고받지 않고도 공동으로 AI를 학습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성된 공동 AI 모델을 각 기관이 현장에 맞춰 최적화(파인 튜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폭넓은 지식이 희석되며, AI가 특정 기관의 데이터 특성에만 과도하게 적응하는 ‘지역 과적합(Local Overfitting)’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은행이 함께 ‘공동 대출 심사 AI’를 구축한 뒤, 특정 은행이 대기업 고객 데이터를 중심으로 파인튜닝을 진행한다. 이 경우 해당 은행의 AI는 대기업 심사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개인이나 스타트업 고객 심사에서는 성능이 떨어지는 지역 과적합 문제가 생긴다.
박찬영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방식을 도입했다. 각 기관의 데이터에서 핵심적인 특징만을 추출해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가상 데이터를 생성한 후, 이를 파인튜닝 과정에 적용한 것이다. 이로써 각 기관의 AI는 개인정보 공유없이 자신의 데이터에 맞춰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공동학습으로 얻은 폭넓은 시야(일반화 성능) 유지가 가능하다.
연구 결과, 해당 방법은 의료·금융 등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나 전자상거래처럼 새로운 사용자와 상품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했다. 새로운 기관이 협력에 참여하거나 데이터 특성이 급격히 변하더라도 AI가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박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각 기관의 AI가 전문성과 범용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며 “의료 AI, 금융 사기 탐지 AI처럼 데이터 협업이 필수적이지만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인공지능 분야 최고 권위 학술대회인 ‘국제표현학습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Learning Representations, ICLR) 2025’에서 ‘구두 발표(Oral Presentation)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는 상위 1.8%의 우수 논문에만 부여하는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