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주택 대출 조인다… 국힘 “내집 길 끊겨”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대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금융당국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규제와 금융·세제조치 그리고 범정부 단속 강화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청년과 서민의 내집마련 길을 막는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정책의 실효성과 정치적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 이재명표 부동산 규제, 민심의 시험대에 서다
정부는 15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장관, 금융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국세청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며 “가수요 유입이 본격화되고 있어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 과열을 조기에 차단하고,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자금이 실물경제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핵심은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하는 동시에 같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을 포함한 토지 거래는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매매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택거래는 실거주 목적 외에는 사실상 제한된다. 부동산 투기 수요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세분화했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 한도(6억원)를 유지하지만, 15억~25억원 구간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를 줄였다.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세분화해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억누름으로써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고가주택 중심의 수요가 전체 주택시장으로 번져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세대출 이자상환액을 차주(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기로 했다. DSR은 대출자가 연간 갚아야 하는 모든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이번 조치로 전세대출까지 포함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추가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의 스트레스 금리도 기존 1.5%에서 3%로 상향 조정됐다. 스트레스 금리는 은행이 대출 심사 시, 실제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가정해 차주가 금리 상승에도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다. 금리를 높여 계산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고가주택이나 투기성 수요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 고가주택 대출 규제… 야당의 반발과 시장의 시선
여기에 은행권 주담대의 위험가중치(RW) 상향(15%→20%) 시행 시점도 내년 4월에서 1월로 앞당겨, 은행이 고가주택 대출을 취급할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도록 했다. 이 모든 조치는 차주가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를 줄여, 전세를 끼고 고가주택으로 갈아타는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려는 종합적 금융 규제책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이런 대책에 대해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번 대출 규제와 전세대출 DSR 포함 조치를 두고 “이번 대책은 청년과 서민을 죽이는 ‘주택완박’ 대책”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지시켰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주담대 한도를 대폭 줄이고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길을 완전히 막았다”며 “전세 난민이 양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규제 없는 지역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전국 집값을 자극하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사야 할 곳’을 미리 알려주는 좌표 찍기식 정책”이라 비꼬며,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국민의 꿈이 왜 투기가 되느냐”며 결국 세금 인상으로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계엄을 선포했다”며 “이 망국적 규제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욕 잘하는 문재인”이라고 직격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출 규제와 전세대출 DSR 포함 조치가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과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과 가격 왜곡 같은 부작용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대책은 고가주택 중심의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려는 목적과 서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