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펌, ‘무안공항 참사’ 보잉 상대 소송… “사고기 구식 시스템, 안전착륙에 지장”

항공사건 전문 로펌 허만 로그룹, 유가족 14명 대리 美 법원 소 제기 “사고항공기 전기·유압 시스템, 1959년 개발 기술” “보잉, 이윤 추구 위해 시스템 개선 등한시” “조종사, 항공기 안전 착륙 수단 박탈당해”

2025-10-16     제갈민 기자
국제항공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로펌인 허만 로그룹이 지난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보잉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사진은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 소송 대리인 찰스 허만 변호사.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삼성동=제갈민 기자  국제항공사건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미국 로펌 허만 로그룹이 지난해 연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최근 미국 법원에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희생자 유가족 14명이며, 향후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허만 로그룹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잉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다. 소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주 킹카운티 상급 법원에 접수됐다.

소송 대리인인 찰스 허만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보잉 737-800) 항공기는 2009년 만들어졌고, 해당 기재에는 보잉이 1958년 개발·설계한 전기·유압시스템이 탑재됐다”며 “보잉 측이 50여년 전 개발한 장치를 오랜 시간 동안 보다 안전하게 개선하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연방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은 약 1파운드(약 450g) 무게의 새와 충돌을 해 한쪽의 엔진에 새 4마리가 흡입되더라도 추력이 75% 이상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엔진 추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또한 전기·유압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랜딩 기어·날개 플랩 등 등 항공기의 안전 착륙에 필수적인 15개 이상의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고장났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무안공항 활주로 남단(01) 연장선에 세워진 로컬라이저 시설물 및 둔덕, 제주항공 항공기 잔해. / 시사위크DB

이로 인해 숙련된 조종사들조차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단을 완전히 박탈당했고, 이는 보잉의 책임이라는 게 허만 변호사의 주장이다.

아울러 허만 측은 보잉의 ‘안전 우선 문화’가 쇠퇴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잉은 1997년 맥도넬 더글라스를 인수했다. 그 직후 보잉은 맥도넬 더글라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를 보잉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로 선임했다.

허만 변호사는 “당시 스톤사이퍼 보잉 사장은 ‘보잉은 위대한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체로서 운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면서 “이는 회사가 엔지니어링 중심 전통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 우선이 이윤 우선으로 바뀌면서 수십 년간 안전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중과실’에 해당한다”며 “유족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한국에서 보잉사에게 외면당한 원고들은 진실을 말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미국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만 변호사는 과거 보잉을 상대로 다섯 차례 소송을 제기했고, 모두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승소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보잉 소송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유족 측은 향후 1년 내 무안국제공항과 제주항공을 상대로 한국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