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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센터로 몰리는 아이들… 청소년 정신건강 치료의 사각지대  

2025-10-28     이민지 기자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10~19세 우울증 등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울 에피소드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지난해 7만1,306명에 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청소년의 마음이 급속도로 병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10~19세 우울증 등 진료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울 에피소드로 진료 받은 청소년은 지난해 7만1,306명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3만8,567명 △2021년 4만7,593명 △2022년 5만7,919명 △2023년 6만2,637명으로, 5년 새 3만 명 이상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만 4만8,593명이 우울 에피소드로 진료를 받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이후 ‘자살’이 10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회적 경고다.

더욱 문제는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을 위한 전용 정신과 병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신과 홍현주 교수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청소년이 성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구조”라며 “병실 환경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작은 사회생활인 만큼, 또래 중심의 안전한 치료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실에서는 공격적인 성향의 환자도 있어 아이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집단 치료나 미술‧음악 치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 디딤센터가 감당하는 ‘의료의 빈자리’

2012년 개소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국내 최초의 청소년 거주형 시설로, 심리‧정서적 문제로 약을 복용하는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 사진=이민지 기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결국 청소년 디딤센터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청소년 디딤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31조와 ‘청소년보호법’ 제35조에 근거해 학습‧정서‧행동상의 장애를 가진 만 9세~18세 청소년에게 치료‧교육‧재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거주형 시설이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가 2012년 개소해 국내 최초의 청소년 거주형 시설로 출범했고, 2021년에는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는 2곳의 디딤센터가 운영 중이며, 세 번째 시설인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현재 청소년디딤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대다수는 심리‧정서적 문제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관계자로 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입소한 청소년 60명 가운데 심리‧정서 문제로 인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 아이는 5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입소 청소년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이 센터를 찾고 있지만, 정작 시설 내부에서는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청소년 치료재활 인력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상담심리사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실제 현장에는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이 주를 이룬다. , 임상 경험이 없는 인력이 기초 교육만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 전문적 치료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촉탁의 형태로 주 1회 방문하지만, 대부분 초기 면담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현장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직원협의체노동조합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청소년 치료재활센터 종사자 전문성 강화’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 이종창 사회복지사는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이미 행동중재 전문가 양성과 정책적 지원이 제도화돼 있지만, 청소년 치료재활 영역은 아직 종사자 교육과 지원이 체계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곧 보호자 만족도 저하, 중재 효과 감소, 사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종사자가 전문가와 함께 '치료재활 종사자 전문성 강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종사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한 달간 주 1회씩 ‘치료 재활 종사자 전문성 강화 시범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본 사업은 긍정적 행동지원 (PBS) 연구기관 ‘스펙트럼허브’(대표연구원:박근필 교수)와 협력하여 진행됐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란 문제 행동의 기능과 원인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거나 환경을 조성해 문제 행동을 줄이는 지원방식이다. 종사자와 스펙트럼허브 전문가는 약 2시간 동안 심층 논의를 진행해, 실질적인 개입 전략을 공동으로 모색했다.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직원협의체노동조합 측은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에 종사자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을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2일 원민경 장관과의 면담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성평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종사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직원협의체노동조합 김수원 위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직원교육은 고객응대(CS)교육,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 및 취업제한 교육 등이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치료‧재활 목적으로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디딤센터의 양적 확대보다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인프라의 질적 강화다. 아동‧청소년 전용 정신과 병상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만 늘린다면, 형식적인 공간 확충에 그치고 실질적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 반복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치료 중심의 병상 확충과 안정적인 의료 접근 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동시에 디딤센터 현장 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맞춤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 강화 시스템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이는 곧 종사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아이들의 마음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치료와 재활의 과정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해당 기사는 2025년 10월 28일 오후 4시 31분경 각 포털로 출고되었으나, 취재원(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측으로부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내용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이 와 10월 29일 오전 8시 45분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정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정 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종사자 전문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0월 한 달간 주 1회씩 ‘치료재활 종사자 전문성 강화 시범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긍정적 행동지원 연구기관인 ‘스펙트럼 허브’와 협력해 종사자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입소 청소년의 사례를 분석하고, 약 2시간 동안 효과적인 개입 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정 후)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는 종사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한 달간 주 1회씩 ‘치료 재활 종사자 전문성 강화 시범사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본 사업은 긍정적 행동지원 (PBS) 연구기관 스펙트럼허브(대표연구원:박근필 교수)와 협력하여 진행됐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란 문제 행동의 기능과 원인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거나 환경을 조성해 문제 행동을 줄이는 지원방식이다. 종사자와 스펙트럼허브 전문가는 약 2시간 동안 심층 논의를 진행해, 실질적인 개입 전략을 공동으로 모색했다.

▲(수정 전)  즉, 충분한 임상 경험이 없는 인력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면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전문적 치료보다는 개인적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돌보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수정 후)  즉, 임상 경험이 없는 인력이 기초 교육만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 전문적 치료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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