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방위비 증액’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 ‘핵잠수함 연료’ 꺼냈다

2025-10-29     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경주=권신구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핵 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부탁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후 경주박물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확대 오찬 회담에서 “앞으로도 한미관계는 동맹의 현대화,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박물관을 방문해 이 대통령의 환영을 받으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현재 방위비 지출 수준은 북한의 1년 국민총샌상에 1.4배에 이를 정도로 사실은 압도적으로 많다”며 “전 세계에서 군사력 평가로 5위라고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그렇게 부족하진 않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방위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또 방위비 증액은 확실히 저희가 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간 꾸준히 동맹국들을 향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 온 만큼,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국방비 증액을 수용하는 동시에 우리의 요구 사항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핵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거론하며 “제가 대통령께 충분히 자세히 설명을 못 드려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고 디젤 잠수함이 잠항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들의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가능하면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우리 한반도 동해, 서해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우라늄 농축 부문과 관련해서도 “이미 지지해 주신 것으로 이해한다”며 “실질적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 주시면 좀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 “피스메이커 잘해” 트럼프 띄운 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계기에 가능성이 점쳐졌던 북미회담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것도 또 하나의 씨앗이 돼서 한반도의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통령의 진심을 아직 제대로 다 수용하지 못해 불발되긴 했으나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상당한 평화와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고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는 차원에서 미국 대통령 최초 ‘무궁화 대훈장’을 서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담 발언을 통해 “대통령님이 취임한 지 9개월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 정말로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계신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 위대한 역량을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평화를 만들어내는 업적으로 남기시면 대통령께서도 세계사적으로 큰일을 이루시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정말 오래된 큰 문제를 해결하는 큰 성과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대통령께서 가지신 그 큰 역량으로 전 세계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정하는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는 말한 것처럼 공식적으로 전쟁상태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30일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언급하며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모두를 위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