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5 푸드위크 코리아’로 엿본 식탁의 미래
시사위크|코엑스=김지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산업 전시회 ‘푸드위크 코리아’가 29일 개막했다.
올해 제20회를 맞이한 ‘2025 푸드위크 코리아’는 ‘식탁:혁명’을 주제로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행사는 코엑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 코엑스·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렸다. 올해는 42개국 950개사에서 참여해 1,532개의 부스가 마련됐고, 바이어와 소비자 등 6만명(주최 측 추정)이 참여했다.
이날 푸드위크 현장에선 다양한 식품부터 스마트 홈키친, 외식·급식 솔루션, 푸드테크와 식품AI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부대행사로 진행된 경품 추첨 이벤트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맛있는 음식들이다. 행사장 내에서 마라꼬치가 담긴 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과 테이블 자리에 앉아 음식을 즐기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었고, 쇼핑백을 한 손 가득 든 20대 남성도 볼 수 있었다.
◇ 올해 푸드 키워드는? 저속노화·고단백
코엑스 1층 A홀과 B홀에서 진행된 종합식품 전시에서 푸드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역시 저속노화와 고단백을 내세우는 제품이 많았다.
그중 ‘홀썸위크’는 저당 드레싱과 저칼로리 간편식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최근 콩단백 파스타 간편식인 ‘콩누들’ 제품을 출시했다. 홀썸위크 장주희 대표는 “요즘 저속노화를 추구하는 식습관으로의 전환이 계속 관찰되고 있는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간편식은 아직 많이 나오지 않고 있어 제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시중의 두부면이나 콩단백면은 면의 식감이 거의 안 느껴진다”며 “콩누들 제품은 계란과 전분을 함께 사용하되, 콩의 비중을 높여 단백질 함량을 높였다”고 말했다.
주식회사 모어디의 채유정 대표는 국내 최초 스피룰리나 그래놀라바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스피룰리나’란 원시 미세조류의 일종으로 단백질 비율이 건조중량 기준 약 55~70%로 높고, 모든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어 슈퍼푸드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그냥 먹으면 비린 맛이 나고, 식품에 넣으면 식욕을 떨어뜨리는 푸른 색깔을 띠어 주로 영양제 형태로 판매된다.
채 대표는 “스피룰리나의 영양학적 가치를 알고 나서 어떻게 상품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달달한 그래놀라바가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저당을 필수적으로 고려했다”며 “요즘은 소비자들이 설탕이 없어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커피 브랜드 운조커피의 김운조 대표는 “디카페인에 대한 수요가 재작년부터 늘기 시작했다”며 “원래 1개였던 디카페인을 현재 6개 메뉴까지 확장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디카페인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최근 건강을 위해 숙면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고,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품 기획과 시장 조사를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는 한 농산물가공기업 직원은 올해의 푸드 트렌드로 간단한 간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스낵키피케이션’을 뽑았다. 또 “단백질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제는 단백질의 ‘양’보다는 ‘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아미노산이 들어있는지, 함량이 얼마나 높은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K푸드 강풍 실감, ‘로코노미’는 아직
해외 수출을 위해 신규 거래처를 찾으러 온 YH F&B 정용하 대표는 “제품의 맛을 더 올리는 것으로는 승부를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이제는 눈에 띄는 패키지와 브랜딩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가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송학식품의 ‘크각크각’을 예로 들었다.
‘크각크각’은 전통식품 김부각에 김치, 대파, 고추장, 불고기맛 시즈닝을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상품이다. 크각크각을 개발한 송학식품 이선희 대표는 50년 동안 김부각을 만든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아, 김부각을 ‘K푸드’로서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6월 킨텍스 박람회에서 ‘크각크각’을 처음 선보이고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에 K푸드 강풍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어 “K푸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상품명을 크각크각(KGAK-KGAK)으로 짓고 패키지에 한복을 입은 캐릭터를 넣었다”고 밝혔다.
경북 성주군에 소재한 참샘영농조합법인의 자회사 ‘더옐롱’의 김다혜 대표는 ‘로코노미’에 대해 언급하며 “노력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로코노미(Loconomy)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지역 고유의 농산물이나 문화를 담은 상품·서비스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더옐롱은 성주군 참외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에이드, 빵 등 디저트와 성주군 지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MZ세대들은 과일을 마트에서 원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저트 형태로 만나고 있다”며 “참외가 MZ세대의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디저트와 굿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상품 개발에 기업·지자체의 투자가 확대돼서 참외에 대한 수요가 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집밥시대, 동물성단백면 뜬다
전시회와 함께 ‘2026 외식산업 전망’ 컨퍼런스도 진행됐다. ‘빅데이터로 살펴본 식문화 트렌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코로나 특수로 상승했던 배달음식, 비건, 밀키트가 하락세를 맞이하고. 집밥과 밀프렙이 뜨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저당소스가 뜨고 있는데, 디카페인처럼 소비자가 살 준비가 돼 있는데 제품이 나오지 않은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문정훈 교수는 ‘푸드트렌드 2026’ 주제의 발표에서 웰니스푸드의 새로운 품목으로 대체 소재면 시장을 소개했다. 문 교수는 “닭가슴살 소비가 느는 등 ‘단백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데 이를 밥, 빵, 면으로 소비하는 방법이 뜨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동물성대체소재면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국내도 고래사에서 만든 어묵면, 닭가슴살로 만든 JCDM의 꼬단면 등 관련 상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