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선화, 진심 닿은 ‘퍼스트 라이드’

2025-11-11     이영실 기자
배우 한선화가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극장가를 매료했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한선화가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로 관객 앞에 섰다.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또 한 번 극장가에 유쾌한 에너지를 선물한 그는 “즐겁게 즐기다 여운이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분),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분),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분),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 분)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다. 이별을 선언한 위기의 부부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려내 호평받은 ‘30일’ 흥행 주역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지난달 2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영화 ‘파일럿’ ‘달짝지근해: 7510’,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 등에서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은 한선화는 ‘퍼스트 라이드’에서 마음먹은 건 무조건 이루고 쟁취하는 행동대장 옥심 역을 맡아 ‘코미디 강자’다운 활약을 펼친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물론, 태정만을 바라보는 일편단심 순애보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 한선화는 시사위크와 만나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동료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작품에 담긴 진심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개봉 소감은.

“너무 설레는 마음이다.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무대인사를 했는데 젊은 관객들도 있지만 어머님 아버님, 남녀노소 다 와주셨더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못 느꼈던, 잊고 있던 옛날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 누구나 학창 시절이 있고 동료나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있잖나. 그런 인연 속에서 각자 느끼는 지점이 있겠구나 싶었다. 남녀노소가 다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다. 영화 속 ‘다음에’라는 대목에서도 그런 부분을 느꼈고, 관객들도 그런 감정을 잘 음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 작품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유독 마음이 가는 이유가 있나. 

“모든 작품이 다 애정이 있지만 아무래도 해외 로케이션이 처음이라 짧은 시간 안에 즐겁고 힘들게 촬영했다. 날씨가 변수였다. 비가 왔다가 개었다가, 제일 더운 6~7월에 갔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분량을 다 찍어야 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촬영하다 보니 동료애가 더 생겼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고군분투하며 만든 영화가 개봉해서 마음이 참 애틋하다.”

사랑스러운 옥순 캐릭터를 완성한 한선화. / 쇼박스

-사총사 강하늘·김영광·차은우·강영식 사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했다. 케미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썼나.

“‘찐친’이잖나. 동네 친구들이고. 잠깐이지만 옥심의 어린 시절 분량이 나온다. 친구를 통해 태정 오빠를 만났다. 아역 배우들이 해준 어린 시절 장면이 큰 도움이 됐다. 그런 힌트를 통해 캐릭터를 구체화시켰다. 시간이 흘러 금복에게 ‘야, 태정 오빠 지금 어딨어’라고 물을 정도로 굉장히 친하고 거리낌 없는 관계라는 힌트를 잘 ‘줍줍’해서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했다. 그리고 아무리 연기지만 실제 사이가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티가 날 수 있으니 연기하지 않는 순간에도 오빠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재밌게 지내려고 노력했는데 오빠들이 또 잘 챙겨줘서 케미가 잘 담긴 것 같다.”

-강하늘에 의하면 대본 분석과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한다고. 

“(강하늘이) 잘 예쁘게 봐주신 것 같고 사실 이 작품뿐 아니라 모든 작품 대본에 필기가 많다. 배우마다 대본을 해석하는 방법이나 준비하는 과정이 다르잖나. 나는 산책하거나 밥을 먹다가도 또는 설거지나 청소를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그 모든 아이디어를 다 쓰진 못하지만, 나에겐 좋은 자산이다. 현장에서도 그게 도움이 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가는 게 너무 무섭다. 스스로 캐릭터 해석이 완전히 되지 않으면 불안하다. 자신감도 안 생기고. 그래서 늘 철저하게 준비하려 한다.”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면을 하나 꼽아준다면.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이 엔딩 신이다. 옥심이 태정에게 진솔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그 장면이 물론 대본에도 잘 표현돼 있었지만 촬영하다 보면 그 인물의 감정선이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지고 살아날 때가 있거든. 그래서 대사를 조금 내 입에 맞게 바꿨다. 감독님이 ‘옥심이 마음은 옥심이 잘 아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하셔서 현장에서 또 고민하고 (강)하늘 선배와 함께 의논하며 더 좋은 선택을 해서 만든 장면이었다.”

-옥심과 닮은 점이 있다면.

“되든 안되든 일단 한번 열심히 해보는 불타는 마음? 마음먹은 건 무조건 해내려는 열정적인 마음이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옥심은 그게 해피엔딩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순간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간다. 좋아하는 마음을 결코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마음들이 내게도 있는 것 같다.”

-비주얼 구축 과정도 궁금한데.

“옥심의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감독님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헤어스타일이면 좋겠다, 밝은 역할이니까 컬러도 밝아도 좋다’고 하셔서 염색도 두 번, 파마도 두 번 했다. 변화를 줬는데 다른 캐릭터들이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 묻힌 것 같다. 비주얼적으로는 내가 제일 정상인으로 나와서 이걸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한선화가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 쇼박스​

-그동안 유쾌한 캐릭터로 사랑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런 장르, 캐릭터에 접근할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크게 견제하거나 그런 건 없고 그냥 대본을 재밌게 표현하려고 항상 노력하는 것 같다. 그렇게 연기를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그게 참 그냥 감사하다. 코미디 장르가 굉장히 어렵다. 내가 해석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다르게 전달되면 어떡하지 또는 즐겁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다. 대본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 현장에서 상의를 많이 한다. 즐거움이란 건 많은 사람이 공감할수록 좋은 거니까 관객에게 보여주기 전에 현장에서도 여러 사람의 동의를 얻는 게 옳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상의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 또 코미디 장르는 특히 호흡이 중요하니까 같이 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미리 찾아보기도 다. 현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맞춰지겠지만 그래도 말하는 톤이나 호흡을 미리 눈여겨본다.” 

-연기 변신에 대한 고민도 있나. 

“그런 고민을 할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하나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나는 앞에 놓인 것만 생각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장점이지. 전작을 신경 쓰면 부담이 생길 텐데 그냥 앞에 놓인 것만 보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 있겠지, 좋은 결과가 없으면 어쩔 수 없고’ 하는 편이다. 다만 매 작품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은 늘 있다. 사랑스럽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나는 늘 처음 만나는 인물이잖나. 그래서 항상 그 불안함을 갖고 시작하는 것 같다. 

연기가 너무 좋다. 아직 못 만난 인물들도 많고 이렇게 기회를 주신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사실 ‘술꾼도시여자들’을 만나기 전에는 어둡고 쓸쓸하고 외롭고 그런 역할들을 많이 했다. 그러다 ‘술꾼도시여자들’ 이후 밝은 작품들을 만나니 많이 웃을 수 있고 이런 장르로 대중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독립영화도 많이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독립영화도 하고 싶다. ‘교토에서 온 편지’ 같은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작품들, 그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마음껏 울 수 있는 역할이나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액션도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퍼스트 라이드’가 관객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나.

“즐겁고 재밌는 영화지만 지난 인연과 추억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혼자 봐도 좋지만 친구나 가족, 연인이랑 함께 보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야기할 거리가 많을 거다.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