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대변인의 인식… 장애는 과(過)대표, 당론은 절댓값

2025-11-17     김두완 기자
사진은 장동혁(좌)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대변인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박민영(우) 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장애인 비하성 발언에 동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거세다. 그는 이후 사과 대신 페이스북에서 장애인 비례대표와 김예지 의원의 공천을 ‘특혜’로 규정하고 당론 준수를 의원 자격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며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그의 일련의 발언과 대응은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축소하고 비례제도의 근본 취지를 왜곡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김예지 의원을 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며 장애인 비례대표 제도를 직접 겨냥했다. 방송 진행자가 김 의원을 두고 “장애인인 걸 천운으로 알아야 한다” “여자라서 이 정도인 것이지 남자였으면 뒤×다” 등 장애와 성별을 결합한 혐오성 발언을 이어갔음에도 박 대변인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웃으며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은 이후 삭제됐지만 16일 다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소개되며 비판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박 대변인은 같은 날(16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사과나 해명보다는 김예지 의원과 장애인 비례대표 자체를 향한 비판이 중심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는 “장애인을 할당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장애인이라고 다른 집단보다 과(過)대표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예지가 국민의힘에서 두 번이나 비례대표 특혜를 받아야 할 이유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며 비례대표 공천을 ‘특혜’로 규정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도 “당론을 젖은 휴지만도 못하게 취급했다”, “특혜를 받고도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의원 자격 기준을 ‘당론 준수’에 두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된 장애·여성 혐오 발언 동조 논란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과나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박 대변인의 일련의 발언이 장애인 대표성과 사회적 약자의 정치 참여 취지를 사실상 ‘특혜’로 오해하는 인식을 보여줬다고 비판한다. 한 사회할동가는 “장애·여성에 대한 혐오가 정치적 공격 도구로 소비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게 될 경우 국민의 인권 감수성과 민주주의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박 대변인의 인식이 정치 전반에서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공당 대변인의 입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 것 자체가 국민의 정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라며 “정당의 공식 대변인이 이런 인식을 드러낼 경우 자칫 정당 전체가 같은 시각을 지닌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 대변인은 글 말미에서 한동훈 전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덧붙이며 논란의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따라 사태는 단순한 발언 논란을 넘어 당내 갈등과 약자 대표성 문제까지 함께 불거지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