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로 막는 산업재해②] 중대재해 조세특례제도서 답을 찾다
시사위크|국회=김두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째. 그럼에도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희생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예방 TF를 출범시키고 국무회의가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까지 나서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형사처벌과 벌금만으로는 재해를 막지 못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경제적 제재와 세제 인센티브를 결합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조세정책, 안정정책 수단 활용 공감… 새 대안 찾은 국회 세미나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조세특례제도를 활용한 산업재해 감소 방안’ 세미나는 산업현장의 반복되는 중대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권칠승·소병훈·민병덕·박홍배·이용우 의원과 세금정의실천연대, 민변 복지재정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조세정책을 산업안전과 결합하는 방안에 관심이 쏠리면서 학계·법조·세무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좌장은 김갑순 동국대 교수가, 사회는 김상철 세무사가 맡았다.
이날 인사말을 전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안전투자를 ‘자발적 선택’이 아닌 ‘경제적 유인’으로 만들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안전설비 투자나 안전관리 수준이 높아질수록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반대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세제 감면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런 구조가 마련돼야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하도급 구조에 대해 “원청과 하청이 동시에 책임을 지는 조세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면 산업안전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김신언 동국대 겸임교수(세무사·미국변호사)는 중대재해가 줄지 않는 구조적 원인을 ‘비용절감 중심 경영’과 ‘처벌 중심 정책의 지연성’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은 확대됐지만 사고가 나도 수사와 입증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려 기업이 사고 직후 느끼는 제재가 거의 없다”며 “결국 기업은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안전설비 투자 등 안전비용 증가분에 세액공제를 새로 만들고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모든 조세특례를 즉시 배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청 사고에도 원청의 세제 혜택까지 박탈해 기업의 안전투자를 강하게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미나의 핵심 논점이 쏟아졌다. 첫 번째 토론자인 김무열 부산광역시의회 박사는 조세특례 기반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입법 설계의 정교함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중대재해라는 단일 사실만으로 모든 세제혜택을 일괄 박탈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소득세 대상 개인사업자까지 포함할지 △감면 규모와 한도는 어떻게 설정할지, △조세수입 감소는 어느 정도인지 등 세부 사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 사후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이동우 민변 복지재정위원장(변호사)는 합헌성 문제를 짚었다. 그는 “헌재는 조세감면에 대해 입법자의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다”며 “중대재해 감소라는 정책목표가 명확한 만큼 위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원청·하청 연동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법은 연대납세의무 등 납세 책임 확장을 인정하고 있어 법리적으로 가능하다”며 다만 “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구성권 명지전문대 교수는 조세특례 박탈의 범위에 주목했다. 그는 “안전설비 투자와 직접 관련된 세액공제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산업안전과 무관한 세제까지 일괄 배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조세특례제도의 기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재해에 따른 중과세 방안과 관련해 과잉금지의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기업의 경영 할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문제는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종합토론에서 김갑순 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입증의 어려움으로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며 “조세는 인센티브와 제재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산업안전정책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세미나는 처벌 중심 산업안전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조세정책을 안전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문제의식을 확인한 자리였다. 조세특례 신설과 박탈, 원청·하청 연동 제재, 안전설비 투자 지원 등 제안된 다양한 방안이 향후 국회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