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집트 정상회담… ‘평화 촉진자’ 연대 강화

2025-11-21     권신구 기자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과 한-이집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집트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와 중동 평화를 위한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자지구 재건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한반도와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이 비슷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기반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번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알시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알 이티하디야 대통령궁에서 알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초 예정됐던 2시간 45분을 훌쩍 넘어선 4시간 30분에 걸쳐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양 정상은 양국이 1995년 수교 이래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긴밀히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하고 미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양 정상은 한반도 및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한 서로의 역할과 노력을 지지하고 국제 평화 증진을 위한 연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한국과 이집트는 ‘평화 촉진자’로서 한반도와 중동을 포함한 국제평화에 함께 기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전적인 지지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양 정상이 ‘평화’를 매개로 한 연대에 나선 것은 한반도와 중동의 지정학적 안보 환경이 비슷하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이집트의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의 주요 중재자 역할을 해온 점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론’을 내세운 우리 정부의 기조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고난의 역사를 견뎌온 한국과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손잡고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평화의 여정,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바로 여러분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카이로대학교에서 '함께 여는 빛나는 미래'라는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뉴시스

◇ 가자지구 재건 사업 참여

양국의 번영을 위한 토대로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드러낸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이날 카이로대학교 연설에서 발표한 대중동 구상인 ‘SHINE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이다. Stability(안정), Harmony(조화), Innovation(혁신), Network(네트워크), Education(교육)의 약자로 평화와 번영, 문화 등 분야에 걸친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국과 중동 국가들간의 호혜적 협력을 어떻게 증진시켜 나갈지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목표와 방향을 상징적으로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이집트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재건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위 실장은 “이집트가 가자 평화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 이후 안정화 과정에서도 역할을 해야 하고, 재건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며 “우리한테도 재건 활동에 대한 역할을 주문했고 우리가 참여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가자지구 난민을 위해 이집트 적신월사에 1,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양국 간 경제·사회 분야 협력을 확대할 기반도 마련했다. ‘한-이집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일례다. CEPA가 본격 가동되면 시장 개방이 넓어지면서 양국 간 무역 관계가 촉진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가 남은 상황이지만, 대통령실은 큰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양국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해서도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교육과 문화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어 냈다.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교육 협력 MOU’를 체결함으로써 과학 교육, 한국어 교육, 직업기술 교육 및 디지털 전환 등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해 나가기로 했다. ‘문화 협력 MOU’ 체결을 통해선 시청각예술, 공연예술, 출판, 박물관 및 도서관 등의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집트 국민들이 K-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이집트 순방을 마친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한다. 7박 10일 일정 중 절반의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들 국가들의 호혜적 협력을 넓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통령은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다자무역체제 복원을 위한 여건 조성에 앞장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