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설탕 담합 이어 밀가루 조사… ‘빵플레이션’ 잡힐까

2025-11-25     김지영 기자
최근 국내 제당 3사를 대상으로 설탕 가격 담합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의 가격 담합 여부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최근 국내 제당 3사를 대상으로 설탕 가격 담합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등의 식재료 가격 담합 여부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설탕·돼지고기는 심사보고서를 송부했으며, 밀가루는 가격담합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식품업계의 담합과 독점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고삐를 놔주면 담합, 독점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며 먹거리 물가 관리를 지시한 바 있다.

◇ 슈가플레이션 원인, 원자재 값 아니었나

지난해 3월 공정위가 국내 제당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해 현장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9월 검찰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이 삼양사 최낙현 대표와 김상익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최 대표는 사내이사직을 사임한 상태다.

설탕 가격 담합 조사가 시행된 것은 국제 원당(설탕 원료) 가격이 유지되거나 하락한 반면, 국내 설탕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국제 원당 시세는 작년 동월 대비 30% 정도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설탕 가격은 12% 상승했다. 이는 빵,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7%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비스킷·과자류는 9.8%, 빵은 5.2%, 커피·음료는 4.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제당업체들은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판매하는데, 원당과 정제당의 관세율이 각각 3%, 30%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완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은 국내 산업 보호와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국내 제당시장의 과점구조가 굳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3사의 국내 제당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지난 11월 국제 원당 시세는 작년 동월 대비 30% 정도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설탕 가격은 12% 상승했다. / 뉴시스

앞서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만약에 원당을 수입해 설탕을 만들어서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판다면 (설탕을) 싸게 생산하는 다른 나라에서 사다가 팔면 되지 않나”라며 “(원당과 정제당의 관세율 차이 등) 제도를 악용해 설탕값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면 제도를 바꾸든지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설탕 할당관세(일정 기간까지 한정된 수입 물량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 세율과 물량을 책정하기 위해 공정위,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밀가루도 담합 의혹

공정위는 설탕뿐 아니라 빵의 핵심 재료인 밀가루와 계란에 대한 가격담합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주 위원장은 “국제 밀 가격과 국내 밀가루 가격 격차가 최근 4년간 30% 이상 벌어졌다”며 “시장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제분업체(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가격 협의나 출하 시기 조정 등 담합 혐의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국내 제분 시장은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 3개사가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공정위는 대한산란계협회가 회원 농가에 고시가격을 무조건 따르도록 강제해 계란 가격 상승을 유도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이를 계기로 산란계협회의 가격 고시 관행이 폐지됐고, 정부·생산자·유통업계가 참여하는 ‘계란가격 조정 협의회’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게 됐다. 공정위는 대한산란계 협회에 대한 제재는 아직 심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