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외치며 당심 키운 국힘… 지방선거 전략의 역설

2025-11-25     김두완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 당 소속 시장·군수·구청장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민의힘이 ‘당심’을 택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경선 룰을 ‘당원 70%·여론조사 30%’로 조정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외적으로는 “민심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전략의 무게 중심은 충성도 높은 조직 기반 즉 당심에 맞춰져 있다. 선거에서 외연 확장과 중도층 공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당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여론 지형(내란 정당 프레임 확산)과 정치 구도(여대야소)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승부수는 ‘당심’이라는 인식이 지도부와 기획단 모두에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 당심 반영 비율 70%… ‘확장’보다 ‘결집’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은 25일 국회에서 시장·군수·구청장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공천의 기본 방향을 사실상 당심 강화 쪽으로 잡았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 나경원 의원은 지방선거가 지역 민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와 당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후보 선정 과정에서 책임감과 조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겉으로는 민심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질적 메시지는 당 조직력·결집력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연석회의 직후 기획단 대변인 조지연 의원도 경선 룰과 관련해 기획단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조 대변인은 “공천 과정에서 당 기여도와 헌신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며 “여론조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단순 인지도 효과와 역선택 위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심 비중 확대가 특정 인사에게 유리한 장치’라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심에 과도하게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신중론도 존재했다. 일부 기초단체장들은 최근 민주당의 권리당원 중심 공천 방식이 내부 갈등을 키웠던 사례를 언급하며, 민심 반영 비율을 오히려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낮은 투표율과 지역 동원력이 승패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지방선거 특성을 고려하면 당심 중심 공천이 중도층 이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집과 확장의 사이에서 전략 선택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헸다. / 뉴시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당심을 전략의 중심에 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명확하다. 가장 큰 원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당이 ‘내란 세력과의 선 긋기’에 실패했다는 인식이다. 사법 리스크와 강경 집회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분명한 정치적 입장 정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범여권의 ‘내란 정당’ 프레임이 굳어졌고 중도층의 신뢰는 이탈로 직결됐다.

또 여대야소라는 국회 의석 구도도 야당의 정치 공세 확장에 제약을 더했다. 장동혁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시정연설 보이콧 △장외투쟁 △강경 투쟁 퍼포먼스 등이 국면 전환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 결집 외에 뚜렷한 돌파 카드를 마련하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 ‘당심’ 강화 전략을 사실상 단일한 선택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당심에 의존하는 전략은 단기적 안정성과 장기적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 공천 과정이 핵심 지지층 중심으로 고착될 경우 중도·무당층을 설득할 수 있는 후보자군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또 지방선거가 생활 경제·복지 등 이슈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메시지 대응이 경직될 위험도 있다. 지방권력 확보가 정권 평가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강성 지지층만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재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재명 정부의 완승으로 이어질지 국민의힘의 기사회생으로 이어질지가 걸린 정치적 분기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전 정권 탄핵으로 출범했다는 상징성과 외교 성과 그리고 집권 초반이라는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국정 통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부동산 대책 논란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외압 의혹을 계기로 여권의 약점을 부각시키며 여론 반전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탄핵 이후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지, 나아가 ‘내란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걸린 사실상의 정치적 분수령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당 내부에서는 당심 기반을 먼저 다져 최소한의 방어선을 확보하고 이후 확장 전략으로 전환하는 단계적 선거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향할 평가가 정권 심판이 될지 프레임 탈주의 계기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6개월이 가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