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모의 세상읽기] 호남민심 향배, ‘정체성’과 ‘소신’이 결정타
[시사위크] 4월13일 치러지는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호남민심의 향배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과거의 일당 독주 체제가 종지부를 찍고, 처음으로 양당의 경쟁구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후보등록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권의 텃밭인 호남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정면으로 충돌한 게 이를 반증하고 있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였다. 지난 2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야당의 텃밭을 빼앗아간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를 따라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의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특정인 욕망을 채우는 당”이고 “광주정신에 맞지 않는 분열세력”이라고 몰아세웠다.
함께 동행한 광산을의 이용섭 전 의원도 지원 사격에 나선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공천 받은 현역의원들은 광주경제를 외면한 무능한 정치인이기에 심판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마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을 짬짜미로 전략 공천함으로써 자신을 떨어뜨린 5명의 현역, 다시 말해 ‘신오적’들을 작심한 듯 겨냥했다.
이에 뒤질세라 국민의당도 '패거리 정당'이라고 더민주와 각을 세웠다. 전두환 정권에 부역한 김 대표의 국보위 전력을 비난했다. “광주 민주화정신을 유린한 사람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그러면서 “비례대표를 5번이나 하는 김 대표가 안 대표보다 욕망이 더 큰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실 호남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국민의당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랬다. 광주에서 첫 도입한 ‘숙의배심원제’가 참신한 인물의 등용문보다는 물갈이 여론이 높았던 현역의원들에게 되레 면죄부를 준 이른바 ‘꼴값 떤 경선제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정 선거구는 누가 봐도 함량과 자질이 부족한 정치신인이 뽑혔기에 그러하다.
이번에 공천을 받은 3선 이상의 중견 정치인들이 또다시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해온 정치행태를 감안할 때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먹은 것 외에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밑바닥 정서에 흐르고 있는 국민의당을 드러내 놓고 밀자니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호남정치 복원을 위한 콘텐츠나 미래 비전, 그리고 이슈선점에 있어 더민주에 밀리고 있다는 데서다.
그 이유를 꼽으라면 안 대표의 리더십 부재에 있다. 쉽게 얘기하면 안 대표는 호남을 결속시키지 못했다. 그 바람에 수도권 단일화나 연대 등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천정배와 김한길 등 당 지도부의 내홍만 속살처럼 드러내고 말았다. 호남정치가 혼미 속으로 빠져 들고,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구도를 헷갈리게 만들게 한 것도 그래서다.
천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했다가 경선룰이 잘못됐다며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하중 후보 때문이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천정배를 잡기위해 출마한다”고 내세울 만큼, 천 대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다. 아직은 지지율이 낮지만 광주여상고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상무를 지낸 양향자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광주만 놓고 볼 때 호남민심의 향배를 섣불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호남민심 향배가 어디로 흘러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총선 이후 헤쳐모여식 정계개편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