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방안전박람회③] 달구벌 대구 달군 KAI ‘수리온’
◇ KAI, 수리온 기반 소방헬기 첫 전시 ‘시선집중’
한국항공우주산업은(KAI)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처음 참여했다. 다목적헬기로 개발된 수리온은 그동안 군과 경찰 등에 납품되며 군 전력향상 및 국민안전에 기여해왔다. 최근 ‘소방헬기’ 납품을 앞두고 있는데다, 향후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소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형 소방헬기’ 수리온을 알리고자 이번 박람회 참여를 결정했다.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헬기’가 전시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KAI에 이번 박람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수리온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국책사업으로 탄생한 한국형 다목적 헬기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각각의 임무수행에 적합하도록 장비를 장착해 활용할 수 있다. ‘수리온 소방헬기’는 기존 육군 수리온에 적용된 기관총과 같은 무장과 미사일 경보장치와 같은 생존장비를 탈거하고 △소방임무수행에 필요한 외장형 호이스트 △응급의료장비(EMS kit) △화재진화를 위한 2,000리터급의 배면물탱크 등 다양한 임무장비가 장착됐다. 또 민수형 항공전자 장비와 항속거리 확장을 위한 보조연료탱크가 추가 되어 인명구조, 환자이송, 화재진압 등 소방의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리온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다. 군 관계자를 비롯해 VIP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고, 남성 관람객들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부분 수리온이 ‘순수 국산헬기’라는 설명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자랑스럽다”는 감탄이 이어졌다. 특히 2015년 8월 DMZ 목함지뢰 폭발사건 당시 신속한 응급조치와 후송으로 하사 두 명의 생명을 살린 것이 수리온이었다는 KAI 관계자의 설명에 관람객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현재 개발 진행중인 4.9톤급 신규 소형민수헬기 LCH와 LCH 기반의 소방·경찰·해양경찰헬기 3종도 이번 전시회에 첫 선을 보였다.
해외 소방업체 한 관계자는 “자체 헬기를 만드는 국가는 세계에서 많지 않다”며 “정말 대단한 기술력”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리온은 현재 육군·해병대와 같은 군용을 비롯해 경찰·해경·소방·산림과 같은 국내 관용헬기 운용기관과 약 200여대가 계약이 체결됐다. 이미 80대 이상이 운용중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도 올해부터 배치될 예정이며 육군 의무후송항공대가 운용할 의무후송전용헬기도 지난해 개발을 마쳤다. 군은 지난 2015년 ‘의무후송항공대(메디온 부대)’를 창설하고 수리온을 의무헬기로 임시 개조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리온 소방헬기’는 그간 홀대를 받아왔다. ‘국산’이라는 이유로, ‘군용헬기’라는 설득력없는 이유로, 일부 지자체에선 소방헬기 도입을 외면했고, 결국 엄청난 혈세를 들여 외산헬기과 계약했다. 서울소방(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의 경우, 수리온을 배제시키고 특정 외산헬기를 도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입찰과정을 진행하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람회장을 찾은 대구광역시의회 배지숙 의원은 기자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매년 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오늘은 특히 소방헬기가 전시된다고 해 부스에 직접 방문해봤다”며 “전시된 헬기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여러가지 성능이 해외헬기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순수 우리 국내기술로 만든 제품을 우리가 믿고 써야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며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각 지자체에서 국산 소방헬기를 적극 이용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제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으려면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아끼고 인정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조언했다.
현재 KAI는 제주 소방안전본부에 납품할 소방헬기를 개발 중이다.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제주소방헬기’에는 수색·구조, 응급환자 이송, 화재 진화 등을 위한 첨단 임무장비들이 추가된다. 최종 조립을 마치고 최근 각종 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특별감항인증을 받은 후, 올해 말 납품되면 제주 상공을 멋지게 활약할 수리온 소방헬기를 볼 수 있다.
어쩌면 다음 박람회에서는 모형이 아닌, 실제 수리온 전시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국내 기술력의 위상을 뿜어낼 수리온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