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사실관계 바로 잡는 일환에서 진행했던 일”

유한킴벌리가 자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을 포털사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생리대 유해물질 공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유한킴벌리가 자사에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을 포털사에 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포털사로부터 댓글 신고에 따른 삭제 통보를 받은 네티즌들의 고발로 알려지게 됐다.

◇ 파문의 시작,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불안

생리대 파문은 지난 8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성환경연대와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을 공동진행한 김만구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1개 조사 대상 생리대 중 깨끗한나라 ‘릴리안’의 실명을 공개한 것. 당시 김 교수팀은 “릴리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농도”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후 파장이 커지자 식약처가 전수조사에 나섰다. 식약처는 생리대 위해 평가에서 벤젠과 스티렌 등 위해도가 큰 VOCs 10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모든 조사 대상 생리대에서 VOCs가 검출됐다. 다만 식약처는 지난 9월 28일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생리대에 대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환경단체와 식약처가 서로의 조사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 이에 더해 여성환경연대 이사 중 한 명이 유한킴벌리 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측은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식약처도, 시민단체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식약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30일 한 네티즌 A씨는 자신의 SNS에 “식약처의 유한킴벌리 생리대 조사결과가 명예훼손이라며 삭제됐다”면서 “내가 써놓은 댓글을 캡처해 놨다. 기사 내용을 그대로 붙인 건데 왜 나만 명예훼손이냐. 따지려면 기자한테 따져라”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유한킴벌리는 뭐 찔리는 거라도 있냐. 너무 짜증난다”고 꼬집었다.

A씨의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헐, 유한킴벌리는 댓글 사찰도 하나 봐요. 할 일 정말 없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요? 진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캡처한 자신의 댓글 내용도 공개했다. 신고된 댓글에 따르면 A씨는 “부작용 논란이 컸던 ‘릴리안’은 식약처 조사에선 VOCs농도가 다른 제조사 제품과 비슷하거나 되레 낮게 측정됐다. 반면 유한킴벌리 제품 중엔 발암물질인 스티렌이 4만8,185ng까지 나오는 등 VOCs 총합이 5만4,477ng 검출된 경우도 있었다. 이제 조작한 사람들 나와라. 당신들과 가습기살균제 연구결과 조작해서 구속된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라고 썼다.

식약처 조사결과를 다룬 기사 내용의 일부를 그대로 복사해 붙인 뒤 ‘이제 조작한 사람들 ~ 뭐가 다른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인 글이었다. ‘조작한 사람들’이라는 다소 확정적 언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허위사실 적시라기보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비난 섞인 표현이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9월 3일 이 같은 일을 겪었다. 네티즌 B씨는 자신의 SNS에 “생리대 기사에 ‘여성환경연대에 유한킴벌리 임원이 있었으며, 생리대 실험결과를 밝히라’는 댓글을 달았다”면서 “그런데 유한킴벌리가 댓글을 신고해 포털로부터 댓글 임시 삭제 통보를 받았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에게 댓글 신고 접수를 알려온 포털사는 각각 달랐다.

식약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한창이다. <뉴시스>

◇ 개인 “표현의 자유 침해” vs 기업 “명예훼손 우려”

<시사위크>는 지난 14일 A씨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A씨는 “1차로 포털사에서 유한킴벌리의 요청에 의해 댓글 삭제 통보 메일이 왔었다”면서 “기분이 나빠서 재게시 요청을 했더니 ‘유한킴벌리 측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포털사의 답변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 그 메일을 확인하자마자 SNS에 글을 썼다. 댓글을 종종 쓰는 편이지만 특정기업에서 그렇게 게시중단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서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댓글 신고 요청자가 명확히 기재돼 있었기 때문에 SNS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측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식약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 반복적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분들에 한해 댓글을 신고했다”면서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일환에서 진행했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성단체와의 연루설 등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의 발언이 ‘기사 내용에 기반한 의혹 제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자세한 내용은 확인을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명예훼손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좌혜선 소비자단체협의회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에 불리한 내용의 글을 올리는 것은 자체적으로 삭제가 가능하다”면서도 “기업이 직접 포털 기사의 댓글에 대해 삭제 신고를 하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기된 내용 자체도 명예훼손죄에 성립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욱이 기업이라면 개개인에게 그런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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