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결번식에 참석해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코비 브라이언트.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19일(현지시각) 열린 LA 레이커스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경기 내용이 아닌 하프타임 행사였다. 20년 동안 ‘레이커스 맨’으로 남으며 다섯 번의 우승을 팀에 안겼던 코비 브라이언트의 영구결번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21세기를 풍미했던 농구스타의 마지막이자 NBA 사상 최초로 한 선수의 등번호 두 개가 영구결번된 사례였다.

자신의 성장기와 활약상을 그린 헌정 애니메이션을 관람한 후, 환한 웃음을 띠며 코트 한가운데로 걸어 나온 코비의 모습은 선수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직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체육관으로 향한다는 그는 여전히 군살 없는 몸매와 날렵한 얼굴을 자랑했다.

통산득점 3만3,643점(역대 3위)과 아홉 번의 NBA 퍼스트팀, 두 번의 파이널 MVP와 득점왕 등 코비의 위업을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젊은 선수들의 우상으로 만든 것은 바로 그가 승부욕과 연습량의 대명사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형성된 그의 새벽연습 일과는 그가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을 때도,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도 그대로 유지됐다. 시합 중 오른손이 부러지자 왼손으로 슛 쏘는 법을 연습했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8번과 24번 유니폼은 각각 제리 웨스트와 제임스 워디 아래, 칙 헌 캐스터를 사이에 두고 스테이플스 센터의 천장에 나란히 걸렸다. 이날 레이커스 구장에는 샤킬 오닐과 데릭 피셔, 라마 오덤 등 코비의 옛 레이커스 동료들이 그를 축하하기 위해 모였으며, 카림 압둘자바와 제리 웨스트 등 레이커스의 전설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팀인 골든 스테이트 선수들도 라커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기장에 남아 행사를 끝까지 지켜봤다. 코비를 한 경기라도 맞상대해본 선수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하의 인사를 전한 것은 물론이다.

마이크를 잡은 코비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자신의 가족에게 보내는 인사말에서도 ‘코비다움’을 담아냈다. 팬들에겐 “여러분은 내가 새벽에 일어나 트랙을 수십 바퀴 달리도록 열정을 불어넣어줬다”며 감사를 표한 한편 자신의 세 딸들에겐 “너희가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이제 지쳤다는 생각이 들 때조차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꿈이고 목표며 여행이다”고 조언했다. 날렵한 인상과 승부에 대한 끝없는 집념 때문에 ‘블랙 맘바’라는 별명을 가졌던 코비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맘바 아웃’을 외치며 영원히 스테이플스 센터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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