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레바논 특사파견을 놓고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레바논 특사파견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당 원내지휘봉을 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문은 임종석 실장의 특사파견이 갑작스럽고 이례적이라는 데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파병부대 격려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브리핑 중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의문에 터잡아 근거 없는 ‘지라시’까지 양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제기됐던 의혹과 청와대의 해명, 확인된 팩트와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의문점들을 정리해 봤다.

◇ 북한과 접촉했나?

최초 제기된 의혹은 북한과의 접촉설이다. 공교롭게도 파병부대가 위치한 UAE와 레바논은 북한대사관이 운영되는 곳들이다. 또한 임종석 실장이 과거 대북관련 사업을 했던 만큼, 북한과 접촉한다면 적임자라는 근거도 있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임태희 비서실장과 북측이 싱가포르에서 접촉했던 전례도 이 같은 추정의 배경이 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나아가 북측이 자금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임 실장의 경우, 과거 대북사업 경력으로 인해 오해를 살 수 있어 북한 관련 사안은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최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청와대도 ‘언론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토록 사실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솔솔’이라는 문구를 넣어 사실과 다른 기사를 언론이 생산하고 있다”고 실소했었다. 현재는 북한 접촉설은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다.

◇ 갑작스러웠던 비서실장 특사, 그리고 사후 공개한 이유?

의혹이 시작된 계기 중 하나는 특사파견이 방식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데 있다. 특사라면 정부가 파견의 목적과 함께 미리 공개하는 것이 원칙인데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구나 임 실장이 출국하고 하루 뒤에야 언론에 공개했었다. 외교문제라면 외교부가 있음에도 다른 라인을 사용한 점, 임 실장이 방문했던 해외파병 부대가 이미 송영무 국방장관이 다녀갔던 점 등에서 의문이 증폭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왕정국가인 UAE의 경우, 공식외교라인 보다 최고지도자의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병부대 방문도 ‘대통령의 대리자격’으로 국방부 장관 보다는 비서실장이 적합했다고 청와대는 판단했다. 파방부대 위로방문도 같은 맥락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사후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왕 깜짝선물이라면 깜짝쇼가 좋지 않겠냐”며 “한쪽에서는 미리 발표하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군부대 방문 직전에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서 (결정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대리격이자 주요요인이 전방부대를 시찰할 때 미리 공개하고 가는 경우는 없다”며 “적에게 공격 포인트를 알려주는 격”이라고 보안상 이유를 댔다.

◇ 이명박 비리 조사하다가 UAE 측이 항의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비리 수사를 앞두고 미리 UAE 측에 양해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혹이 나왔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원전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가 모종의 일로 UAE 고위층의 반발을 샀고, 이를 무마하러 갔다는 설도 나왔다. 한편으로는 “연내 해결해야할 급박한 일”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청와대는 “개별적 현안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큰 틀에서 파트너십 강화차원”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북한 접촉설’이 제기됐을 때와는 달리 청와대는 각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야당은 이 부분을 적극 문제삼아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임 실장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면서, 국회 운영위 출석 여부는 일단 미뤄진 상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 실장의 UAE 파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

◇ 국정원 1차장, UAE 원전 관계자 참석 배경은?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및 원전 관련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은 접견 당시 참석자들의 면면이 밝혀지면서다. UAE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 의하면, 임 실장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접견에 서동구 국정원 1차장과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의장이 참석한 것이 확인됐다. 칼둔 의장의 경우 UAE 원전 사업을 총괄했던 인사로 알려진다. 청와대는 최초 설명에서 서주석 국방부 차관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및 행정관 2명을 대동했다고 밝혔지만, 숨기려 했던 사실이 들통난 셈이다.

청와대는 “국정원 1차장은 해외파트 담당자이고 주요인사들의 해외순방에 동행할 수 있다”며 “국정원 간부의 행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파트너십 강화 내용에는 정보교류 영역도 있다”고 해명했다. 칼둔 의장의 참석에 대해서는 “행정청장 자격”이라고 밝혔다. ‘접견 자리에서 원전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있었겠죠”라고 말했다가, “세부적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급히 정정하는 촌극도 있었다.

◇ UAE 측 반발로 원전건설 중단됐다?

UAE 원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지라시’가 급속도로 유포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미 UAE 바라카 원전이 건설중단 상태며 중간공사비 지급도 중단됐다는 것. 임 실장의 특사파견은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원전 진출기업의 줄도산, 주변국가와의 관계악화 등 비관적인 이야기들이 지라시에 포함됐다.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물론이고 현지 건설업계 관계자도 “내년 준공에 맞춰 지금이 피크”라며 “현장별로 미수금이 보고가 되는데 이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원전건설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현지 특파원, 관련 주무부처, 건설업체 등을 통해 얼마든지 팩트체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박근혜 정부 때 UAE와 소원해진 까닭은?

청와대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파견이유에 대해 “파트너십 강화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말기 소원해졌다는 얘기가 있었고 UAE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정부 때 소원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없다면 해석이 붙을 수밖에 없다’는 압박에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유는 잘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UAE가 왕정국가이며 외교에 있어 비공개를 준수하는 것이 그 나라 나름의 규칙”이라며 “정상급간 대화를 구구절절이 브리핑 할 수 없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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