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청와대가 생산한 대통령기록물 유무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국가기록원(이하 기록원) 측 대리인이 “당일 생산한 문서 목록이 없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 이는 지금까지 문서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재판을 진행해온 판사까지도 당황하게 만든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기록원은 “기록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부랴부랴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에 기록원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측도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한 언론은 법무공단 측이 ‘발뺌’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행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기관이 보유하는 정보의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러나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세월호 당일 청와대 문서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면서 기록원이 이를 보관하게 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올해 5월 기록원이 문서 공개를 거절하자 다음달인 6월에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위크>는 이 사건 원고이자 담당 변호인인 송기호 변호사에게 당일 논란과 함께 사건의 법적 쟁점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송기호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

- ‘문서 목록이 없다’는 게 정확히 어떤 뜻인가?
문서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문서를 작성하면 당연히 문서 목록을 만들 것이다. 또한 정보공개법에 ‘문서 목록’을 만들 것을 규정했기 때문에 간명하게 다투고 싶어서 문서 목록 공개를 청구하게 됐다. 법에서 만들라고 했으니 없다고 하진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목록은 있는데 문서는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당연히 문서를 공개하라는 것과 맥락이 같다. 현행법은 문서 목록에 언제, 어떤 기관이, 어떤 내용의 문서를 만들었는지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한 목록이 확인되면 문서 내용 공개는 차후에 청구하면 된다고 본다. 만약 정말 목록이 없다면 그 자체가 법 위반이기도 하다.”

-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지금까지 재판의 쟁점은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 재임시 문서를 봉인할 수 있는가와 세월호 당일 행적 문서가 법에서 예외로 정한 국가안전보장 등의 사유에 해당하느냐로 구분할 수 있다.”

- 둘 중 하나만 깨져도 문서 공개가 가능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대통령 재임기간 문서를 봉인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법률 해석의 문제다. 또 세월호 참사 및 당국의 구조와 관련된 내용은 법원이 국가안전 사항인지 판단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나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명을 구조하는 활동이 국가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개인적으론 정말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구조 활동과 관련한 문서가 생산됐을까’하는 의문도 없지 않아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권한대행 당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문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했다. <뉴시스>

- 당시 황 권한대행이 세월호 문건을 대통령기록물 지정한 사실이 하루종일 보도가 됐다.
“당연히 지금까지는 문서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 재판도 그것을 전제로 진행됐었다.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이 나온 것인지, 정말 없다면 기록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면으로라도 답변을 요구할 생각이다. 또한 문서가 없다면 황 권한대행의 기록물 지정 행위로 문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발표한 이전 정부의 발표는 국민을 철저히 속인 것이다.”

- 승소한다면 기록원 측이 곧바로 문서를 공개할 것이라 보는가.
“물론 과거 정부는 소송 때마다 항소를 남발하며 시간을 끌어왔지만, 이번 정부는 소통을 강조하고 국가기관의 항소 행위는 지양해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청와대에 대한 ‘묻지마’식 극단적 밀실주의는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기록원 측이 논란이 된 대리인의 발언이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대통령기록물의 보유 여부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기록물 역시 현행법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공개가 원칙이다. 사법심사 바깥에 존재하는 초법적인 문서란 없는 것이다. 기록원 측 입장대로라면 봉인된 기록물은 그것이 적법한 것인지조차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된다. 이는 법치국가의 사법제도와도 맞지 않다. 우리는 그날의 문서가 대통령기록물로서 봉인 될 내용인가에 대한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문서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보호기간 중에 있는 문서라 보유 유무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 기록원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측도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던데, 내용을 확인했나.
“직접 발표 자료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보도를 통해 봤다. 같이 법정에서 변론한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발언이 없었다면 왜 재판장이 문서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하고, 입증하라고 했겠는가.”

- 이번 소송의 의의는?
“세월호 참사 당일의 행적이 대통령기록물 지정이라는 자의적인 수단에 의해 진실이 봉인된 사건이다. 황 전 대행이 자신의 임무 수행기간이 아닌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문서를 봉인한 것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더욱이 해당 기록은 국가안보 문서도 아니다. 세월호 7시간을 공개하는 것은 과거의 문제가 아닌, 새 정부의 국민 소통, 정보 공개 원칙을 바로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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