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국회법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사위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의 해당 기능을 폐지해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좌지우지 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현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소속 권성동 의원이다. 한국당은 “여당인 민주당이 법사위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즉각 반박했다.

현행 국회법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사위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합의를 본 법안의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법사위는 이들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상임위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의 입법 취지가 바뀌거나, 쟁점 법안의 경우 소위원회에 묶어두고 본회의 상정을 미루는 현상이 종종 있어왔다.

체계·자구 심사는 법안의 완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1951년 도입됐다. 같은 법안이 여러 상임위와 중복돼 있거나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우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도에서다. 과거에는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적었기 때문에 각 상임위에서 합의된 법안이 정확한 법률용어를 갖추지 못하고 있거나,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법사위로 넘겨 전문가들이 ‘재정비’를 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민주당은 “60년 된 제도라도 문제가 심각하면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옛날 국회와 다르게 최근에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늘었다는 점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폐지해도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중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은 총 50명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삭제하고 각 상임위에서 자체적으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 원내대표는 “법사위 자체 고유법 767건, 타 상임위 법안 211건이 미처리된 상태다.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건의를 할 수 있는 요건인 120일 이상 장기계류 된 타 위원회 법안 40건, 타 위원회 미상정 법안 147건, (법사위) 제2소위 계류 법안 55건이나 된다”고 법사위의 법안 처리율을 질타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지난해 8월 법사위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같은 내용을 제안한 바 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 배경으로 20대 국회 법사위의 낮은 고유 법안 처리율을 들었는데, 이는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해 여야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법률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공수처 설치와 국가정보원 개혁 등 입법 과제를 염두에 두고 상임위→법사위→본회의로 이어지는 관문 중 하나라도 미리 제거하려는 여당의 정략적 꼼수이자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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