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덩크를 시도하는 더마 드로잔.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소리 없는 강자’라는 수식어에 딱 맞는 팀이 있다. 연고지가 인구 270만명의 대도시지만 캐나다에 있다는 이유로 관심 받지 못하며, 팀의 에이스는 각종 매체로부터 혹평을 당하기 일쑤다. 무관심과 저평가 속에서도 어느새 동부 1위·리그 전체 3위로 올라선 토론토 랩터스 이야기다.

토론토가 늘 동부지구의 강자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규시즌의 성적이 어떠하든, 토론토의 파이널 진출 가능성을 진지하게 점친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플레이오프에서 클리블랜드를 뚫어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토론토는 이 오래된 색안경을 벗길 준비를 마친 듯하다.

◇ 리그 트렌드에 맞춘 변화

시즌 종료까지는 아직 24경기가 남아있지만 팀 토론토는 이미 지난 시즌 전체와 맞먹는 개수의 3점 슛을 던졌다. 적극적인 공간 창출을 통해 3점 슛을 쏠 기회를 만들어내는 현대농구의 트렌드에 적응한 결과다.

토론토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더마 드로잔이다. 탁월한 운동능력과 화려한 풋워크를 가졌지만 3점 슛 라인 바깥에서만은 약했다.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3점 슛을 경기당 평균 1.6개밖에 던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 드로잔조차 이번 시즌에는 3점 슛 공격비중을 대폭 늘렸다. 경기당 시도횟수(3.6개)와 성공률(33%) 모두 커리어 하이다. 가장 많은 슛을 던져야 하는 에이스가 공격옵션을 늘리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빡빡했던 팀의 공격플랜에 숨통이 트였음을 뜻한다. 드로잔의 단짝인 카일 라우리 역시 38.7%의 성공률로 경기당 3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키고 있으며, 이는 토론토에 입단한 첫 해(경기당 1.5개 성공)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 벤치의 힘

토론토는 이미 지난 12월 스포츠매체 ‘블리쳐리포트’로부터 리그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벤치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전시간 총합(487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가운데 얻어낸 성과다.

당시 경쟁상대로 뽑힌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벤치자원들이 최근 다소 주춤한 반면, 토론토 랩터스의 벤치는 날이 갈수록 힘을 더해가고 있다. 현재 토론토 벤치는 상대 팀 벤치와의 생산성 대결에서 38승 19패를 거뒀으며, 최근 8경기에선 모두 승리했다. 동기간 토론토 팀 역시 전승을 거뒀다.

모두 토론토에서 데뷔한 리그 2년차 트리오 파스칼 시아캄과 프레드 밴블릿, 야콥 퍼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밴블릿의 득점력(평균 18.9분 출전 8.0득점)과 퍼들의 골밑장악력(4.7리바운드·1.8블락·슛 성공률 65.1%)이 올 시즌 한 차원 발전한 모습이다. 또한 수비에서는 신인 OG 아누노비가, 공격에서는 13년차 베테랑 CJ 마일스가 활약하는 등 라우리·드로잔 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작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 ‘숙적’ 보스턴과 클리블랜드 넘어야

달라진 토론토 벤치의 힘은 지난 1월 11일 열렸던 클리블랜드와의 맞대결에서 잘 드러났다. 그동안 동부지구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를 번번이 좌절시켜왔던 클리블랜드지만, 이날만은 토론토가 130대 99의 대승을 거뒀다. 밴블릿이 22득점을, 시아캄이 16득점 8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벤치경쟁력 대결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인이었다. 드로잔 역시 3점 슛 세 개를 터트리며 클리블랜드 수비진을 혼란에 빠트렸다.

토론토는 아직 클리블랜드와 두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0.5경기차로 동부 2위에 올라있는 보스턴 셀틱스와도 마찬가지다. 두 팀 모두 토론토가 파이널 진출을 노린다면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다. 토론토가 단순한 ‘동부지구의 강자’를 넘어 대권 도전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선 이 경기들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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