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회개혁범국민연합 출범식 및 국민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구재태(구속기소)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 회장과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 등이 설립한 단체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구재태 전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장(이하 경우회)이 지난해 11월 구속된 가운데 구 전 회장과 함께 시민단체를 운영한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오호석 총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이하 유흥협회)에 가입된 유흥업소 업주들이 정치집회 등에 동원됐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전 유흥협회 관계자들은 협회의 운영ㆍ유지에 쓰여야 할 지회 자금으로 집회 비용을 처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치 활동 금지 경우회, 유흥협회와의 관계는?

경우회는 관련법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경우회는 박근혜 정권 당시 정치적 성격의 집회를 1,700여 차례나 열었다. 경우회의 관제데모에는 보수단체 회원은 물론 탈북민도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우회가 국가정보원의 조력을 받았다 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은 각각 지난해 11월 17일, 11월 30일 구속·기소됐다.
 
또한 검찰 조사 결과 경우회는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이라는 단체에 총 16억4,000만원을 지급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과 오호석 총회장이 2015년 에 설립한 단체로, 박근혜정부의 쟁점입법 추진에 걸림돌이 됐던 국회선진화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 이 단체는 오호석 총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 유권자시민행동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한국시민사회연합 등을 비롯한 각종 이름의 시민단체를 회원단체로 보유하고 있다. 이중 유권자시민행동은 경우 회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사무실을 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정의연대와 개혁연대 민생행동, 무궁화클럽 사법개혁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오호석 총 회장이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과 공모해 경우회 자금을 횡령했다고 판단, 지난 1월 10일 경찰 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반면 오호석 총회장은 경우회로부터 받은 자금의 출처 및 사용 내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2017년 11월 13일 구재태 전 경우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같은해 11월 16일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각종 시민단체 회원으로 둔갑된 유흥업소 업주들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이 불법 정치활동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유흥협회 또한 비슷한 의혹이 쏠리고 있다. 유흥협회 회원인 유흥업주들이 유흥업과 관련 없는 집회 및 정치행사에 여 러 차례 동원됐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같은 주장을 하는 업주들은 돈을 받고 참여한 것은 아 니라고 입을 모은다. 업주들은 사업장 규모별로 매달 3만~5만원 가량의 회비를 각 소속 지회 에 지급하는데, 집회에 참여하는데 드는 비용을 각 지회에서 처리했다.
 
협회의 운영과 유지에 쓰여야 할 지회 자금이 이와 무관한 곳에 쓰였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업주들의 지적이다.
 
과거 유흥협회 회원이었던 A씨는 “중앙회에서 언제, 어디로 집회에 참여하라고 지회에 통보가 오면 가야한다”면서 “보통 각 지역 지회별로 45인승 버스 1대를 빌려서 업주들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스 1대당 대절비가 80만원 이상, 거기에 집회 가는 사람들 식대까지 지회에서 충당했다. 중앙회로부터 돈 한 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업주들 중에 는 장사도 해야 하고, 못가는 경우가 있을 때는 ‘대타’를 보냈다”면서 “대타에게는 보통 10만 원에서 많게는 15만원까지 주면서 보냈다”고 주장했다.
 
전 유흥협회 관계자 B씨도 “온갖 집회에 참가하다보니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나갔다”면서 “버스 대절하면 100만원, 식비도 지회에서 냈다. 한번은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비를 쫄딱 맞아가면서 집회를 했다”고 떠올렸다.
 
2016년 8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회개혁 1000만명 돌파 선포 및 헌법청원 국민대회'에 참석한 국회개혁범국민연합 회원들이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특히 구재태 전 경우회 회장이 ‘국회개혁 1,000만 서명운동’을 위해 ‘유권자시민행동’에 4억원 을 지급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유흥업주들도 이 운동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 흥협회가 발행하는 기관지에도 적시돼있다.
 
해당 기관지 2016년 4월호 <오호석 중앙회장 “우리 힘으로 국회개혁 가시화”>라는 기사에 따 르면 ‘서명 실적’이 우수했던 대전충남지회 및 평택지부가 공로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그러면 서 “오호석 중앙회장이 지도부를 맡은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최근 1,000만 서명운동을 주도, 그 결과가 20대 국회에 반영됐다”면서 “유흥업주들은 업계 대표인 오호석 중앙회장이 지휘하 는 국회개혁 정치운동인 점을 감안, 20대 총선 직전인 3월 31일까지 열성적인 서명 성과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국회개혁범국민연합은 같은해 8월 ‘국회개혁 1,000만 서명’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던 청와 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기관지에는 오호석 총회장이 활동한 내용이 거의 절반을 차지 한다”면서 “정치인들 상도 주고 사진도 많이 찍어서 나온다. 그 사람들(정치인)이 가장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집회 참여자를 돈을 주고 동원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영향력을 앞세워 업주들을 정치적인 성격의 집회에 동원했다는 점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주들은 집회 이외에도 오 호석 총회장이 주최하는 정치인 시상식 및 각종 행사에 ‘박수부대’로 나섰다고도 주장한다.
 
◇ “정치인들, 가장 이해 안가… 표만 의식”
 
오호석 총회장은 2013년 5월 10일 제1회 ‘유권자 대상 시상식’을 시작으로, 매년 정치인들에 게 각종 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오호석 총회장이 이끌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의 서울 마포 사무실 개소식에도 중진급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유흥협회가 발행하는 기관지 2017년 9월호에도 자세히 소개가 됐다.
 
업주들 시선에 오호석 총회장의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는 듯 했다. 대선 당시에도 오호석 총회장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직능 시민사회단체 전국대표자 대회’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 심상정 후보에게 정책제안서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홍준표 당시 후보가 경우회를 찾아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한 자리에도 오호석 총회장 은 함께했다.
 
A씨는 “유흥업소라는 업종이 사회적으로 시선이 곱지 않다보니 업주들이 협회에 기대는 경향 이 있다”면서 “가입비에 매달 3만~5만원씩 회비를 내고, 지회 돈 들여서 집회도 나가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 C씨는 “유권자 대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각 지회로 정치인 추천 공문이 내려 온다”면서 “지방은 경비가 많이 들어서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서울과 경기지역 업주들은 매 년 시상식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 받는 정치인들은 거기서 박수치고 있는 사람 중에 유흥업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 또한 “지난해는 모 중진급 의원의 북콘서트에도 업주들이 참석했다. 각 지회에서 책도 20권~50권 가량 구입했다”면서 “정치인들이야 내부 사정은 몰라도 그저 표가 되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씁쓸해했다. 이어 “협회장을 20년씩 하는 단체가 어디 있느냐. (오호석 총회 장이)그만 자리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호석 총회장은 2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나는 경우회로부터 16억원을 받은 적 도 없고, 내가 경우회 회원도 아닌데 경우회 살림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구재태 전 회장과 시민단체를 운영하긴 했지만 나는 직원으로서 일을 했을 뿐이지 돈을 관리하지 않았다. 그 부 분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전부 소명했다”고 말했다.
 
오 총회장은 유흥업주들을 정치집회나 행사에 동원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결코 없다. 증 거 가져오라. 나도 동원한 적 없고, 유흥협회에서도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음해세력들 이 근거 없이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업주들이 1,000만 서명운동이나 국회선진화법 폐지 등에 동원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엔 “그 운 동은 국회개혁범국민연합에서 추진한 것이고, 나는 참여했을 뿐이지 주도하지 않았다”고 말하 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오호석 총회장은 국회개혁범국민연합 공동대표로서 중앙위 의장을 맡 았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